2024 연말정산: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by Kang Ha

“그러면서 그 과정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 자체가 삶이라는 점을 망각하게 된다. (김영민, <공부란 무엇인가>)”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2024년이었다. 삶의 무질서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증한 탓에 실비보험 수령 횟수도 역대급이었지만, 한편으론 그 무질서 속에서만 빛나는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이 정도면 꽤괜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아래는 그 빛나는 순간들 중 하나.





“이상한 이야기로군요. 어른이 될 때까지 손가락을 그냥 달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잘라 버렸을까요?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며칠 전 아침이었다. 여느 때처럼 무념무상의 상태로 ‘삼각김밥 공장’을 가동 중이었는데, 문득 쿠스코의 한 허름한 카페 2층에 앉아 카페 콘 레체를 마시며 아이패드에 밀린 여행일지를 써 내려가던 순간이 떠올랐다. 굉장히 묘한 느낌이었는데, 1) 이때의 모습은 사진으로도 따로 없을 만큼 전체 여행에서 매우 사소한 부분이었고 2) 이제까지 종종 2014년의 라틴아메리카를 떠올릴 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감각이었기 때문이다. 애상적이지만, 담담한.


“어쩜.”


각각의 이별에는 그에 할당된 슬픔의 양이 있다. 이별을 직시하지 못하고 마땅한 양의 슬픔을 쏟아내지 못한 이들은 그 이별에 영영 갇혀 버린 채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과거의 상실감에 잠겨 현재와의 연결을 거부하는 30대의 소년들, 다자키 쓰쿠루와 ‘나’, 전형적인 하루키적 인물들이 이렇게 탄생한다. 이들에 대한 하루키의 처방은 순례이다. 헬싱키로, 하와이로.


“어쩜.”


그렇다면 지난 몇 년간 나 역시 순례를 떠난 것이었나.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이 길어진 거겠지) 아무튼! 드디어 나의 마음과 몸의 시간이 일치하는 느낌이다.


“유미요시, 아침이야. (무라카미 하루키, 《댄스 댄스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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