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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kkuu Aug 12. 2018

2018년 8월 10일

튜브와 구조선

"가라앉는 배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구조선을 기다릴 바에야 튜브를 던지고 거기에 몸을 맡겨 볼래요." 


그런 생각이 무모한가 도전적인가는 시간이 흐른 뒤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나는 다만 발을 동동 구르며 절박한 상황을 탓하기 싫었을 뿐이다. 누군가를 책망하고 손가락질하면서 배가 가라앉는 게 다 '그 사람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나의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절망적인 상황을 더 절망스럽게만 만들 뿐. 그래서 결심했다. 뛰어내리기로. 

찰랑이는 혹은 휘몰아치는 바다에 튜브를 던지고 거기에 빠져보기로 했다. 그리고 물결이 따라가는 대로 열심히 발길질을 하면서 가보려고 한다. 육지가 나오면 좋겠지만 섬이어도 좋겠고 다른 배여도 좋겠다. 모르지 뭐, 아무것도 안 나타나 그저 심해에 잠길 지도. 그래도 나는 그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배 안에 갇혀 비관적인 시간을 보내느니 이를 악 물고 헤엄치며 바다를 부딪치고 싶다. 의외로 바다가 별 것 아닐 수도 있고, 거칠기보다 부드러울 수 있으며, 거칠더라도 희망을 찾아 움직이는 발걸음이 더 값지다. 


나의 말과 행동이 무모했는지 도전적이었는지를 가늠하는 것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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