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에 대해서
고양이(혹은 다른 반려동물)을 꿈꾸는 이들에게
내 남편은 고양이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남편은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한다. 자기만 아는 듯한 도도하고 앙칼진 성격임에도 세계적인 반려동물이 된 데에는 '귀여움'이 가장 큰 몫을 한다고. 맞다. 나도 인정한다. 자고 있을 때도 식빵을 구울 때도 기지개를 켤 때도 너무 귀엽다. 그 어떤 표정도 귀엽고(하품만 빼고) 나에게 와서 (무언갈 얻기 위해) 애교까지 부리면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요즘에는 남편보다 나랑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무조건적으로 나에게 기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내가 진짜 고양이 엄마가 된 기분이다.
그런데
이런
귀여움은
공짜가
아니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고려하는 분들께, 아니 그 어떤 종이라도 반려동물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귀여움도 공짜는 아니다.
내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돈을 할애애야 오는 귀여움이다. 내가 굳이 돈까지 언급한 이유는 요 며칠 내가 겪고 있는 무무(우리 집 고양이다)의 병원 치레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런데 굳이 반려동물을 처음 키우는 사람에게 필요한 순서를 따지면 시간이나 에너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반려동물과 놀아주고 서로 교감할 시간과 에너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지 꼭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집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긴 사람도 이는 중요하다. 아침에는 일어나서 출근하기 바쁘고, 퇴근 후에는 너무나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고양이는 놀아달라고, 밥을 달라고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보채고 울어댄다. 그때마다 사회생활의 고됨을 모르는 고양이에게 화나 짜증을 내지 않고 또는 모른 척하지 않고 상냥하게 밥을 챙겨줄 수 있는 자신이 있는지 꼭 점검해봐야 한다.
나는 (내 생각에는 남편에 비해) 비교적 무무(우리 집 고양이다)에게 헌식적으로 대한다. 정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아침에 함께 자다 일어나서 밥 먹고 놀고 작업실에 있다가도 종종 들어와서 무무를 보고 가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면 항상 손부터 씻고 무무를 안아주며 골골송을 듣고 나서 놀아주고 저녁을 챙겨주는 일상이 루틴이었다.
나는 무무의 귀여움에 공짜를 바란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 무무가 아픈지 왠지(병원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물과 음식을 거부하며 입을 꼭 다물어버린지 5일째이다.
나는 무무에게 귀여움 그 이상을 바란 적이 없다. 이름을 부르면 와줬으면 했지만 그걸 훈련시킨 적도 손바닥에 손을 척하고 얹어달라고 한 적도 없다.
그러니까 나는 우리 무무가 이제 다시 먹고 마셨으면 좋겠다. 이제는 안 귀여워도 되니까 제발 먹고 마시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