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상황
결국 우리 고양이 무무는 어제 2차 병원에서 이물질을 삼킨 진단을 받고 응급수술을 진행했고 입원 중이다.
처음 무무를 데리고 병원에 들어서자 새집에서나 나는 냄새가 났다. 인테리어를 하다가 멈춘 건지 진료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하는 건지 여기저기 건축재들이 돌아다녔고, 일하시는 분 몇 분이 땀 닦는 수건을 목에 두르고 병원 내의 현장을 옮겨다니셨다.
당황스러웠다.
안내 데스크 양옆에 상담실이 있었고 그 뒤로 보호자가 별도의 허락 없이 들어갈 수 없는 거대한 공간이 있었다. 종로 5가의 약국 제조실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 무무의 상담을 마치고 무무는 혈액검사 등을 위해 그 약 제조실 같은 안내 데스크 뒷 공간으로 들어갔다. 나는 안내 데스크 앞 로비에서 기다려야 했다.
'동네병원이랑은 진료 방법도 다르구나' 했다.
혈액검사와 초음파 결과 이물이 강하게 확인되었고 생각보다 크고 이물이 있는 소장의 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일단 수술은 얼른 진행해야 하며 장의 한쪽 표면을 절개하여 이물만 꺼내도 되는지 장의 덩어리를 절제하여 문합(봉합)할 것인지는 개복을 해서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절차와 비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위험 부분에 대해 서명을 하고 무무는 바로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절개는 30-40분, 절제는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였다. 이 곳은 수술을 직접 볼 수 있어 6시 조금 넘은 시간부터 무무의 수술을 지켜보았다. 설명 들었던 대로 이물을 꺼내고 봉합을 하고 주사기로 물을 넣어 장에서 물이 새는지 확인을 하는 단계까지 왔다. 그런데 집도의는 다시 봉합 도구를 들었다. 그리고 주사기. 보조선생님이 나가더니 백과사전 같은 큰 의학서적을 가져와 바닥에 펼쳤다. 그리고 다시 봉합 도구. 집도의의 손은 장을 정확히 꿰지 못하고 자꾸 미끄러졌다.
이미 나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서 어지러웠다.
그러더니 어느새 봉합하는 손이 빨라졌다.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무무를 덮은 수술천 밑으로 드라이기가 동원되고, 스테이플러 같은 걸로 배를 집었다. 천을 들추니 이미 무무가 깨어서 입을 움직이고 웅크리기 위해 사방으로 묶인 사지를 오므렸다.
눈물이 쏟아지고 눈이 터질 것 같이 너무 아팠다.
집도의는 가운을 거칠게 벗었다. 그리고 이내 상담실로 나는 호출이 되었고 내게 수술에 대해 설명을 했다. 장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절제를 하면 대 수술이 되니 절개를 했는데, 장벽이 약화되어 물이 자꾸 새서 봉합하고 지방을 덮었다고 한다. 슬그머니 마지막 시간에 수술보다 먼저 깬 듯한 무무의 마취에 대해 언급하니 일부러 시간을 딱 맞췄다고 했다. 본인도 생각보다 오래 걸린, 생각대로 되지 않은 수술을 막 끝낸지라 감정이 흥분해 있었다.
그러려니 했다.
이미 집도의는 내가 보기에도 속상해 보였다. 어떤 유의 속상함일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녀가 최선을 다했겠거니 했다. 두 시간 동안 보는 나도 힘들었는데, 그 작은 고양이의 장과 사투를 한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무무의 수술만 잘 되었더라면 손 잡고 안아주고 절까지 하고 싶었다.
화가 난 이유는 그녀를 제외한 사람들 때문이다.
그 수술실에는 총 5-6명의 사람이 있었으며, 수술용 장갑을 낀 사람들은 내 시야에서 두 명뿐. 물론 다른 사람들은 사진 촬영을 하거나 기계를 작동해주거나 조명을 움직여줬다. 그런데 그들의 태도는 정말 보호자 입장에서는 화가 났다. 집도의가 뻘뻘 대며 수술을 하는데 그 안에서 자기네들끼리는 무언가 말을 하며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웃었다. 어차피
그들에게도 출근하기 싫은 직장 일지 모른다. 단순 보조로 의사가 아닐 수도 있고 의사더라도 사명감 같은 건 없어도 좋다.
의료용 주사기를 건네주는 상황에서 장갑을 안 꼈다 하더라도 테이블에 조심히 두면 되는 걸 던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러고 낄낄대는 모습이 들어가서 한 대 치고 싶었다.
수술이 끝나고 소독약과 초음파 젤 같은 걸로 범벅이 된 무무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대로 이 곳에 두고 가는 발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입원해 있는 동안 무무를 직접적으로 돌봐주는 건 집도의가 아니라 분명 그 안에서 웃고 떠들고 지루한 긋 기지개를 켰던 그 사람들일 텐데
이 생각에 화를 낼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