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도 되었겠지만 기운도 없었다.
무무가 수술하고 나와 떠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너무 나서 더 볼 수가 없었다. 어차피 무무도 정신없고 힘들 테니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잠을 잘 수가 없어서 평소 미루던 일을 하면서 밤을 새웠다. 그리고 동이 트자마자 병원으로 갔다.
06:30 24시 병원이라 면회시간이 제한되어있는지 몰랐지만, 우리 무무가 어떻게 치료받고 있는지 내심 불안해서 갈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밝은 그 약 제조실 같은 곳에서 무무는 어제와는 다른 케이지인 강아지 옆 칸에서 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다. 동공도 확대되어 있었다. 눈에는 털 같은 이물이 들어가 있었다. 닦아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될까 서둘러 나왔다.
13:30 집도의의 상담을 하고 무무를 봤다. 어제는 나만 설명을 들었기에 남편에게 설명을 한 번 더 부탁했고, 어제보다는 차분하고 체계적인 수술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무무는 아까와 같았다. 불안한 마음에 몇 시간마다 오고 싶어서 눈치를 보며 물었더니 집도의도 고양이에게도 그 편이 좋을 거라고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무무가 있는 입원 칸 바로 옆 건너는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람이 들어도 거슬리는 공사 소음과 함께.
17:10 무무는 아까와 같았고 집도의는 없었다. 아까도 해줬지만 턱에 묻은 진득한 젤 같은걸 닦아주고 나왔다.
19:10 남편만 슬쩍 무무를 보고 왔다. 잠을 잔 것 같다는 카톡과 사진이 왔다. 평소에 자고 일어났을 처럼 부은 얼굴이었다. 진짜 잔 건지 부은 건지 모르겠다는 답장을 했다.
20:30 오늘 무무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면회이다. 가서 무무를 보니 킁킁거리고 일어나서 우리 쪽으로 왔다. 남편이 무무의 턱을 긁어 주는 사이에 이것저것을 보다가 무무가 밑에 칸 고양이의 이름이 적힌 수액을 맞고 있는 걸 봤다. 옆에는 무무 이름이 적힌 새 수액 봉지가 걸려있었다. 재빠르게 수액 첨가 약물을 비교해보니 까막눈이지만 적힌 단어의 수가 달랐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얼른 수액을 바꿔준다. 그리고 났더니 무무가 약간 흥분을 했고, 그제야 퉁퉁 부은 앞발이 보였다. 일단 확실하지 않으니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이 나왔다. 실수를 한 거라고 죄송하다고 했다.
21:19 돌아오는 길에는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원장이라고 소개했고, 무무가 다른 수액을 맞고 있다는 보고을
들었으며 자신들이 실수가 맞고 죄송하다고 했다. 머리 숙여 죄송하다고 했다.
머리 숙였는지 안 숙였는지 안 보이는데요
라고 말할 뻔했다. 아직 무무가 병원 한 칸에 입원되어 있는 장면이 떠올라 저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무무의 수술이 어찌 되었든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인 그러련 받아들이고 싶었다. 모든 건 일이 이미 벌어지고 난 뒤니까 말이다. 그런데 오늘 내가 보고 듣고 겪은 일은 생기지 않을 수 있던 일이 아닐까 싶다.
나는 화를 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