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비극
어제의 일을 겪고 마음이 불안해져 내가 직접 자주 무무를 체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기 무무 혼자 입원해 있는 것도 아니고, 의료진이 많다고 해도 내가 살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나에게만 부담스러운 입원비일 뿐 병원에서 이 정도의 관리로도 충분하다고 느낀다는 걸 알았다. 나도 이 일이 처음이니 혹시나 다음에 겪게 되면 그때는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소상히 기록으로 남긴다.
12:30 수술 3일 차인 날의 첫 면회를 했다. 하루에 3-4번은 무무를 볼 생각이다. 오늘도 역시나 다른 입원 칸의 고양이 강아지들은 대부분 자고 있다. 무무만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있다. 내가 면회 왔다고 해서 깨운 건 아닌 거 같고(자고 있는 아이들은 면회 온 보호자한테 자고 있다고 말하더라) 이 겁쟁이 쫄보는 그냥 안심이 안되나 보다.
무무를 부르며 다가가니 킁킁 한 번 하고, 긁어달라고 턱과 볼을 들이밀며 다가온다. 수술하고 나서 턱에 뭔가의 끈끈한 액체로 인해 털이 잔뜩 뭉쳐있다. 어제부터 물티슈와 티슈 그리고 손으로 닦아주고 뭉친 털을 풀어주는데 거의 효과가 없다. 딱딱하게 뭉친 털들이 얼마나 스트레스 일지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하겠다. 오늘은 그게 귀까지 올라와 있어서 이게 대체 뭘까 싶다. 이게 뭔지 물어봐도 닦아주겠다는 말만 하고 닦여있지는 않고 답답하다.(나중에 퇴원 날 물어보니 넥카라에 묻은 무무의 침이 돌고 돌아 얼굴 주변에 묻은 거라 하는데, 침이 이렇게 끈적한 건지 모르겠다)
다행히 부은 발은 얼추 돌아왔고 반대 발에 주사를 맡고 있었다.
13:43 다음 면회를 기다리느라 로비에 앉아있는데 주치의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 있던 일을 설명하려는 것 같았는데, 로비에 있다고 하자 본인이 지금 나간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14:30 나온다고 하던 의사가 나오지 않아 기다리다 못해 불러달라고 요청을 했다. 곧 나온 의사는 더 상태가 안 좋은 친구가 생겨 금방 나오지 못했다고 서둘러 말한다.
그리고 바로 어제 일에 대한 사과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는데 원장이란 사람과 말하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 원장은 영양을 위한 수액이라 성분 차이는 없다더니 주치의는 내게 진통제 얘기를 한다. 무무가 잘못 맞은 수액은 무무보다 상태가 심각하고 성질이 사나운 고양이라 진통제 량이 조금 많았고 들어가는 속도도 조금 달랐다고 했다. 그렇지만 혈압 등 검사 결과 큰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내용이 조금 달라 당황한 내가 어제 내가 수액이 잘못 꽂혀 있는 상황부터 원장에게 온 전화까지 내용을 전달하니 본인도 전달받는 입장이나 주치의는 자신이라 자신의 말이 최종적이라고 한다.
뭔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의료진이 많고 계속 체크하는 사람이 바뀌는 건지 속 시원히 알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18:00 여기 선생님들이 주는 밥은 잘 먹지 않는다고 해서 직접 밥을 주고 왔다. 다행히 내가 주는 밥은 적당히 먹어서 앞으로도 끼니마다 챙겨줘야 갰다.
19:50 퇴근 후 바로 병원으로 온 남편과 마지막 무무를 보고 왔다.
우리가 좀 더 능숙하게 무무를 다루면 집에서 무무를 돌볼텐데 입원해 있을수록 병원과 의료진에 대해 실망하고 마음만 더 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