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청소와 행복
아침에 일어나면 방바닥에 무언가가 굴러다닌다. 우리 집 고양이 무무의 털 뭉치이다. 분명 어제 오후에 쓸고 닦았는데 나의 청소 속도가 털을 뿜어내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시즌이 오고 있다.
무무가 오기 전 나에게 청소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행위였다. 집에 창문을 다 열고 먼지를 쓸어 모으고 삐질삐질 땀이 날 때까지 바닥을 닦았다. 먼지가 닦여나간 방바닥의 개운함이 나를 꽤 행복하게 해 주었다.
요즘 나에게 청소는 내 호흡계를 위한 하루 일과이다. 다행스럽게도(?) 굴러다니는 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지만 목이 괜히 텁텁한 느낌에 매일 털을 줍고 쓸고 있다. 그나마 눈에 보이는 뭉쳐있는 털은 청소하기가 쉬운 편인데 바닥이나 벽, 옷 등에 붙어있는 털은 청소하기가 번거롭다.
번거롭다 보니 자연스레 못 본 척하게 되는데 하루정도 지나면 어차피 서로 뭉쳐져서 줍기 쉬운 털이 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제의 청소를 오늘로 미뤄서 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오늘의 청소는 내일로 미뤄지고 있으니 청소를 하루씩 빚지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렇게 빚을 져가면서 내가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어렸을 때도 강아지 키우는 집이 부러워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귀여운 걸 좋아해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생활은 막연하게 꿈처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함께할 줄은 몰랐다.
아직도 종종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다니!'를 입 밖으로 내뱉고는 한다. 반려동물이 함께하면서 분명 청소는 잦아지고 할 일이 늘었는데도 이상하게도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다. 물론 투덜거리고 힘들긴 하지만 예전처럼 탈탈 털어버리고 싶은 그런 류의 스트레스는 없다.
아마 무무가 주는 행복이 더 커서가 아닐까 싶다. 보통의 사람 자식만큼 오래 함께하진 못하겠지만 무무가 우리 집에 와서 길에 있을 때보다 훨씬 행복하면 좋겠다. 오래오래 무무 털을 치워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