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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0 체온

남편과 고양이와 강아지의 따뜻함

by 식물리에

함께 사는 식구 중에 내가 제일 차다. 그래서인지 나는 집에서 나 아닌 다른 식구와 딱 붙어있는게 좋다. 추운것 보다 더운걸 더 잘 견디는 편이고 사우나 불가마를 좋아한다. 그런데 가장 찬 사람이니 누구와 붙어있어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남편도, 고양이도 강아지도 다 따뜻해서 좋다.


특히 우리 고양이는 아침에만 먼저 다가오고 다른 시간 대에는 여느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살살 피해 다닌다. 아침에는 어떤 스킨십을 해도 받아주기 때문에 아침에 슬쩍 다가가 안아보기도 하고 안겨보기도 한다. 특히 내가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면 고양이는 어느새 내 옆구리에 등을 딱 붙여 겨드랑이에 얼굴을 파묻고 잔다. 이런 날에는 어떻게든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자랑하는 카톡을 보낸다. 때로는 남편이 이런 우리를 너무 질투하여 회사를 그만둔다고 할까봐 안 보내는 날도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고양이의 체온이 소중하다.


물론 우리 강아지의 따뜻함 좋다. 원래부터 나는 작은 개보다는 큰 개를 키우고 싶어했다. 그래서 시고르자브종인 우리 강아지를 데려오게 되었다. 아직 9개월 정도이지만 몸은 벌써 고양이의 3배는 된다. 그리고 이 크기는 내가 안기에 아주 적당서 커다란 인형을 안고있는 느낌이다. 대신 솜인형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체온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온도가 따뜻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개가 있다니'라는 행복감에 마음도 같이 따뜻해지곤 한다.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우리 강아지를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남편의 체온은 이제 잘 느낄 수가 없다. 고양이만 있었을 때는 집안이 꽤 평화로워서 안아달라고 하기도 하고 옆에 앉아 뭐라도 하고 했었다. 그런데 강아지가 들어오고 나서는 집에서 앉아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아직은 없다. 가뜩이나 서로의 일도 바빠지고 있어서 등대면 바로 잠들기 바쁘다. 약간 아이러니하지만 식구들 중 우리 남편의 체온을 가장 느끼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종종 '어쩌면 남편이 너무 커서 체온을 느끼기 어려운 존재'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도 어쨋거나 이렇게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식구가 셋이나 된다는 것에 감사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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