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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5 화분

화분 > 화수분 > 두산 베어스 > 코로나 > 다시 식물

by 식물리에


매일매일 작업실에서 보는 화분이지만 화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화수분이란 단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수분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동시에 두산 베어스도 같이 생각이 난다. 두산 베어스는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재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화수분의 뜻처럼 1군에 나올 만할 수 있는 야구선수를 계속 육성해내는 점에서 이 별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두산의 화수분 야구도 코로나를 피해 갈 수 없었어 프로야구 사상 최초 리그가 중단이 되었다. 물론 올림픽으로 잠시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감염으로 팀 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지며 긴급회의를 통해 한 주 먼저 휴식기에 들어섰다.


내가 야구를 보기 시작한 건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때는 내가 이렇게 오래 프로야구를 보고 있을 줄 몰랐다. 물론 퇴사를 하고 난 후부터는 일정이 불규칙해서 자주 못 보고 있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데로 뉴스도 찾아보고 하이라이트 영상도 보곤 한다. 코로나로 잠시 주춤했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감염 경위가 밝혀지면서 선수들의 짧은 생각의 행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옛날부터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나라 언론과 대중은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만인이 아는 공인이라는 이름하에 꽤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온 국민이 사회,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전염병에 관해서 너무 안일한 태도를 보인 몇몇 선수들이 충분히 질타를 받아도 된다는 생각이다. 평소 그들의 사생활이야 어떻든 상관없다. 큰 범죄를 저지르는 일 아니라면 프로선수들이니 자신들의 연봉에 걸맞게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아주 실망스러운 행동이었고 실제로 그들의 행동이 불러온 결과는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도 선수들의 기본 인성이나 됨됨이를 곱씹어 보게 된다. 프로야구팀을 통틀어 좋아하는 선수 한 명을 꼽자면 아마 유한준 선수를 말하겠다. 불혹의 나이로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로 이 자체만으로도 이미 그의 성실함과 자기 관리능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잘 되고 좋을 때도 있지만 분명 어렵고 힘들고 잘 안될 때도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힘든 때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유한준 선수가 필드에서 버텨온 세월이 얼마나 쓰디썼을지 짐작이 간다. 이 전 팀인 키움 히어로즈가 성적이 좋아진 건 아직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내가 처음 야구를 보기 시작했던 2010년에는 넥센 히어로즈였는데, 당시 한화 이글스와 쌍벽을 이루는 꼴찌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팀에서 계속 야구를 해왔으니 유한준 선수야 말로 지금의 승리가 정말 값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승리를 위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더욱 매일매일을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야구에 집중하는 거 아닐까 싶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프로선수는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말은 했지만 나도 결국 열심히 꾸준히 하는 선수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롯데의 손아섭 선수, 키움의 서건창 선수, 케이티의 유한준 선수 모두 비슷한 맥락으로 좋아하는 선수에 꼽힌다. 그러고 보니 내가 꾸준히 하는 걸 잘 못해서 무언가 꾸준히 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지금 하는 일은 감사하게도 꾸준히 하려는 평생 놓지 않을 일이다. 물론 식물일에도 종류가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인 일상이 펼쳐지겠지만 그래도 내 곁에 식물이 계속 함께 할 것을 확신할 수 있다. 나도 언젠가는 유한준 선수처럼 20년, 30년 식물 인생을 논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누가 식물리에 나무위키를 써주면 좋겠다. 아니며 내가 지금 미리 써두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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