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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0 갈매기

갈매기 소리를 들은 게 언제 적인지

by 식물리에


고향이란 단어는 왠지 시골 소도시의 이름과 어울려서 누군가가 내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당황스러워서 쭈뼛거리게 된다. 내가 어린 시절 오랜 시간을 보내고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있는 곳은 인천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인천이라는 대답을 할 때마다 들었던 충격적인 질문이 있다. 바로 바다 냄새가 나냐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질문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질문을 한 사람들은 인천 어딘가의 바닷가를 주로 놀러 왔던 게 아닐까 싶다. 나도 부모님과 소래포구나 연안부두 등 해산물과 횟감을 사러 바다에 자주 갔었기 때문에 그들이 기억하는 바다 냄새가 무엇인지 안다.


내가 나름 바닷가 출신(?)으로 바닷가에 가면 꼭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 것이다. 물론 나 먹을 것도 없으니 많이 주지는 않는다. 대신 최대한 골고루 먹을 수 있게 나름 나눠서 준다. 바닥에 과자를 흩뿌리는 게 아니라 자유의 여신상이 횃불을 들고 있는 것처럼 새우깡 하나를 들고 서있는다. 그러면 가장 호기심 많고 가장 두려움 없는 아니면 식탐이 많은 갈매기가 날아와서 먼저 낚아채간다. 그리고는 이 모습을 본 다른 갈매기들이 눈치를 보다가 슬슬 날아와서 하나씩 물어간다.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몇 번 주다 보면 줬던 갈매기들은 피해서 줄 수 있게 된다.


혹시나 이 동작으로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봐 포인트가 될 만한 점을 두 가지를 공유해본다. 먼저 장소가 중요하다. 내가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려면 우선 갈매기들이 새우깡 맛과 냄새를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대부분의 해수욕장이나 바닷가의 갈매기들은 관광객들을 경험하며 새우깡의 맛을 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강원도 어느 바닷가의 갈매기들은 더 맛있는 것만 먹고사는 것인지 새우깡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새우깡을 주려는 장소가 갈매기들이 이 짭조름한 밀가루의 맛을 경험한 곳인지를 대충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팔 떨어지게 새우깡만 들고 서있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이다. 사람 손에 쥐어져 있는 새우깡을 먹기 위해 갈매기들도 큰 용기를 내야 하지만 이 새우깡을 들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갈매기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올 때 겁이 나서 몸의 방향을 틀거나 손의 위치를 바꾸면 갈매기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사람도 갈매기도 다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의연하고 담담하게 새우깡을 들고 서있어야 한다. 마치 내가 포항 앞바다의 촛대바위가 된 것 마냥 꼿꼿할수록 좋다.


이 두 가지만 기억하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새우깡 한 봉지로 갈매기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갈매기들과 친구가 된 이후 내가 과자를 먹을 때에는 손을 꼭 씻는 걸 잊어선 안된다.


벌써 여름이고 휴가철이 되었는데 올 해는 바다의 파도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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