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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2 놀람

그대의 꼰대 짓에 놀람

by 식물리에


개인적으로는 꼰대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꼰대 짓을 하는 사람이 싫은 것은 당연하고 꼰대와 같은 류의 단어 쓰임 자체가 별로이다. 어떤 사람의 다른 방면을 알지 못한 채 단어 하나로 마녀사냥을 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내가 그 단어를 좀 써야겠다.


나에게 꼰대 짓은 자신의 경험만을 근거 삼아 어떤 주장을 하는 동시에 다른 근거 또는 다른 주장은 묵살 이상으로 비하하는 행동이다. 그래도 나도 가끔은 이 꼰대 짓을 한다. 그런데 오늘 우리 부모님도 나에게 하지 않는 나의 일과 나의 삶의 속도에 대해서 꽤 가까운 친척이 나에게 꼰대 짓을 하였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이야 내 잘못이다 치더라도 어떤 형태로 일을 꾸려 나가는지 묻지도 알아보지도 않은 채 식물을 이렇게 저렇게 팔아야 한다고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전화로 30분 동안 자기 자랑이 섞인 훈계 아닌 훈계를 하였다.


놀랐다. 지친 오후에 끝자락에 받은 이 전화는 길을 걷다 뺨을 후려 맞은 듯한 놀람을 주었다. 동시에 맞은 만큼 주먹을 날리고 싶은 분노가 일었지만 가장 큰 감정은 놀람이었다. 대체 내가 왜 이런 감정을 겪어야 하는 걸까. 돈을 좀 버냐는 말에 먹고살만큼 벌고 있다고 하였고, 업계 1위가 되는 욕심을 부리라는 말에 나는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는 대답에 왜 이렇게 꿈이 없냐는 핀잔을 들었다. 나는 내 속도로 잘 가고 있으니 그런 말은 안 해줘도 된다는 나의 말에는 너는 대화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류의 대답이 왔다.


놀랐다. 이런 꼰대를 피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사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이 정도의 꼰대는 없었다. 자기 자랑과 자기만족에 꽉 찬 사람이 적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니 지난번 이 가족의 병문안을 갔을 때에도 아이를 갖지 않고 남편과 둘이 살 거라는 말 한마디에 병실은 또 한 번 훈계장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2시간 동안 집에도 가지 못하고 내 의견을 제대로 이해시키고자 진을 다 뺐었다.


놀랐다. 본인의 사업으로 인해 oo시에서 자신의 역할이 늘어가고 ㅁㅁ모임에서 장을 하나씩 맡아 직함이 늘어가고 있는 그 가족은 꼰대력이 날로 상승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설득할 수도 없고 필요도 없다. 나의 생각을 이해시킬 수 도 없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안 될 거니까. 꼰대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의 머릿속에 다른 방향의 생각을 넣을 방법이 없다.


어쩌면 나도 나대로 꼰대일 수 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잘못됐다는 언사에 마음속에 불길이 치솟아 오르니 말이다. 그래도 나는 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관철시키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직은 다행스럽다.


제발 그냥 각자 알아서 살면 좋겠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가깝다는 착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나는 가족이든 아니든 타인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 자기 경험만 늘어대는 어른이 되지 않기를 노력할 뿐이다. 나는 그런 식의 폭력을 가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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