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식물 이야기) "고마워" 아디안텀

나_관찰일기

by 식물리에


식물리에는 사람과 공간에 맞는 식물을 추천하며

#식물로나를찾아가는시간 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식물을 통해 나와 내 일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 시간을 기록하는 과정을 공유합니다. #나_관찰일기




아디안텀 Adiantum raddianum

고사리과 공작고사리속


식물가게를 운영하며 다양한 식물을 들이다보니 점차 손이 더 가고 덜 가는 식물이 있음을 느끼고 있어요.

아마도 저의 취향이 식물에도 반영되는 거겠죠. 어떤 성향때문에 이 식물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가게에 들어오는 식물을 쭉 둘러보면 '고사리과'와 '야자나무과' 식물들을 좋아하는 것이 누가봐도 티가 납니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식물에 물을 주고 잎이나 줄기를 살피는데, 유난히 고사리과 공작고사리속에 속하는 "아디안텀" 이라는 친구가 눈에 들어왔어요. 요즘 이 친구는 저에게는 "고마워"를 연발하게 하는 친구에요.


지난 여름, 가게에 들어오고 몇 개월이 지나 물마름으로 잎들이 전부 파삭파삭 해졌어요. 잎들이 풍성하고 수형이 마음에 쏙 들었기에 나름 애지중지 하던 식물이었는데, 바빠서 식물들에게 조금 소홀해진 사이에 바로 잎들이 말라버렸어요. 가망없음에 글썽이며 버리려던 차에 마른 줄기들 사이에 자그맣게 올라오는 새 순을 발견했어요. 식물 전체를 버리려고 했었는데,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새 순을 남기고 나머지 줄기를 전부 잘라냈어요.


그렇게 화분에 작은 줄기 하나를 두고 불품없는 상태가 지속되었어요.

손님이 "이건 뭐에요?"라고 물으면

"아! 그건 판매용이 아니라 제가 키우는 건데, 말라버려서 싹둑 잘라냈어요. 또 자라나 보고 있어요 :)"

라며 천진난만하게 대답하곤 했죠.


손님들이 갸우뚱거리며 이 화분은 여기 왜 있지 싶었던 볼품없던 화분이었는데, 저 몰래 야금야금 하나 둘 새로운 어린 줄기를 올리더니, 가을이 된 지금 메인사진과 같이 '풍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자라주었어요. 물론 풍성한 아디안텀이 되려면 저 상태보다 2~3배는 줄기가 많아야 겠지만 처음 몇 가닥 없던 모습을 생각하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어요.


식물도 사람만큼 힘들었을 더운 여름이 지나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가게에 있는 아디안텀만 보면 "이만큼 자라줘서 고마워"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잎을 한참을 바라보다 창문 타고 들어오는 바람에 살랑이는 잎들을 보면 "너, 대단하구나"라는 속삭임이 절로 소리내어 나와요.


그리고는 아디안텀의 줄기를 잘라내던 그 날 보았던 작디 작았던 어린 줄기를 되새겨 보게 되어요.


그 날 그 작은 줄기 하나 덕분에 이 친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도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작은 생각들을 차곡차곡 모아 내가 원하는 만큼의 꿈을 이뤄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을코스모스마냥 살랑살랑 흔들리는 아디안텀에 새 잎들을 보며, 잠시 멈춰 고맙다를 중얼거리며, 서로 힘내보자고 하는 오늘입니다.



분갈이 하기 전 아디안텀과 다른 식물들


지난 여름 아디안텀의 첫 모습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10819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