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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호 Oct 09. 2024

문해력 없는 세상, 살기 좋은 세상.

최근 한 인력정보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7%, 즉 10명 중 9명이 현대인의 문해력 수준이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어느새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문해력 저하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문해력 저하는 국가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교육의 기본 토대가 무너진다면, 교육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사 5,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91.8%의 교사들이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답했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문해력이 부족한 수준을 넘어 거의 상실된 상태에 이르렀다.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17.6%가 학생 10명 중 3명 이상이 글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으며, 19.5%는 학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이 3명 이상이라고 답했다.

EBS는 학생 세대의 문해력 저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방송으로 기획했다. 고등학교 수업 시간 중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손을 들도록 해 집계하는 방식이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상적인 수업이 이루어져야 할 고등학교에서 한 시간 동안 교과서의 한 페이지조차 진도를 나가지 못한 것이다. 학생들이 모르는 단어의 범주는 너무나도 다양했다. 심지어 영어 교사가 영어 단어를 설명할 때, 그 단어의 한국어 뜻조차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완강하다”는 "완전 강하다"의 줄임말로 이해하거나,

   “모색하다”를 색을 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민초”를 민트초코의 줄임말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해력 저하의 문제는 비상식적인 오해로도 나타난다.


   “같이”를 “가치”로 쓰거나,

   수학에서 “대변”이라는 단어를 배설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오해와 비문해적인 사례는 고등학생 수준에서 초등학생 이전의 기본 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이며, 이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 국가적인 위기이다. 단순한 문해력 저하가 아니라 사고 능력 자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다르게 보면 교육 현장에서의 문해력의 문제, 누군가에겐 기회일 수 있다. 한국의 교육과정은 기본적으로 경쟁적 구도이다. 내가 아무리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나의 결과가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내가 잘했다는 결과는 '덜' 잘했다는 결과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을 갖춘 정상적인 사람. 정상적인 사고능력이 가능한 학생. 이들에게는 학교 교육현장은 기회의 땅이 되었다. 


위의 조사 결과를 보면 19.5%가 학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학년의 1/5 정도는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의 수준을 기준으로 볼 때 전교 꼴찌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학교 현장에서는 그 뒤에 전교생의 1/5이 자리하고 있게 된다. 또한 3/10의 학생들이 글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들이 수험과정에서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문해력 저하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현상을 보자면, 아주 조금만 노력해도 큰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결국 지식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며,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대가의 규모도 크게 차이가 나게 될 것이다. 


문해력 저하의 현상. 두렵지 않은 당신이라면, 이 세상은 기회의 땅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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