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by 은호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 세상이니까. 결국은 가장 중요한 것도 사람이라는 것. 이것을 잊으면 안된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그 본질적인 속성은 규모에 의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많다.' 단정하는 대부분의 언어의 사용을 피하는 편이지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많다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저런 종류의 단체의 활동, 그룹의 활동, 모임, 동호회의 활동을 하는 동안 가장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역시 중요한 점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모여들고, 활발히 움직이는 곳에는 늘 좋은 사람이 있었다.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사람. 여덟 명 정도 모이기로 한 자리에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모임은 이미 시작이 되었는데, 온다만다의 연락도 없었고, 그러한 종류의 소식이 개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가지도 않은 것 같았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을 뺀 나머지 일곱 명은 비어있는 한 자리를 함께 보았다. 그 자리는 특별히 대관한 자리여서 여덟 명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 장소의 대관은 쉬운 일이 아니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일곱 명과 한 명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마지막 한 명. 그 때는 이미 삼십 여 분이 훌쩍 지난 참이었다. 한창 토론이 깊게 진행되며 들어가고 있던 참에, 커다란 효과음이 들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문이 홱 하고 열리고는 그 한 명이 도착해 들어왔다. 그 분은 연배가 조금 있으신 편이었다. 그 날의 자리에 참석한 다른 분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지위와 활동이 있으신 만큼 연배가 있으신 편이어서, 상대적이지는 않았지만, 절대적인 관점에서는 연배가 있으신 분이었다. 이 말은 땀이 날 만큼 달린다거나,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무지막지한 짐을 들고 낑낑대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아니 최근의 기억을 되짚어야 한다면 드물지 않을까 싶을 그런 분이었다. 모임의 시작 시간으로부터 삼십 이 분 정도가 지났을 때, 한 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며 열기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었고, 나머지 여섯 명의 목에는, 그 다음에 말하려는 각자의 이야기로 차 있던 순간. 그 순간을 차갑게 식혀 버린 여덟 번째 분의 입장. 그 분의 얼굴에는 초겨울에 어울리지 않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늦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가 이어지는 그분의 말에는 중간중간 거친 호흡이 들어가 미안과 합니다 사이가 벌어지거나, 늦과 었습니다 사이에는 침을 한번 삼키는 시간도 있기도 했다. 그야말로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일곱 개의 표정을 살피던 그 분이 머쓱해 하시는 동안, 한 명이 의자를 뒤로 뺐다. 끄르륵. 대리석으로 포장된 반짝이는 바닥에 미끌림 방지가 되어 있는 의자를 끌며 당기면 제법 커다란 소리가 난다.


"여기, 이 쪽 자리에 앉으시죠."


여덟 번째 그 분. 팔번은 머쓱한 표정을 지우고 반가운 모습으로 자리를 찾아 앉았다. 확실했다. 고작 여덟 개 밖에 없는 자리 속에서도, 당황했던 그 분의 시선에는 자신의 자리가 보이지 않았었던 것이다. 복작스러운 소리를 내며 가방을 뒤지며 책상 위에 이것저것을 꺼내어 놓는 그 분이 이런저런 것들을 모두 꺼내고 나자, 방금 의자를 꺼내어 주었던 청년이 말을 걸었다.


"이것 좀 드세요. 오늘 회장님이 준비해 주신 거에요."


그 날의 자리에 그 무리를 이끄는 분은 간단한 다과를 준비한 것은 맞다. 준비된 다과를 각자의 자리에 나눠주고 챙겨 준 것은 또 다른 누구였다. 준비된 다과가 얼마나 구하기 힘든 것인지를 알아보고 치레를 충분히 한 것은 또 다른 누구였다. 그러나 이 날, 평소 뛸 일이 없을 분이 초겨울 몸이 살짝 떨리는 날씨에 얼굴에 땀이 맺힐 만큼 달려올 만큼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를 적에, 짐을 꺼내어 책상을 정리할 때까지를 기다려 그것에 맞춰 다과를 챙겨 준 것은 그녀의 옆 자리에 앉은 한 청년이었다.


이 날, 이 날의 일정이 끝나는 동안 팔번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미리 도착하거나 일찍 도착한 사람들이 시작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나눴던 이야기 속에는 간밤에 급히 추워진 날씨에 의자가 너무 차가워서, 바로 앉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팔번은 미처 몰랐다. 바로 옆 자리의 청년이 뜨거운 음료로 채워진 자신의 음료병을 자리에 놓고 자리를 미리 데워 두었기에, 팔번은 차가운 의자 바닥에 놀라는 경험을 공유하지 못했다.


사람이 모이는 모든 자리에서는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있는가가 그 자리의 격을 결정짓는다.


어렵게 준비한 자리에 늦은 사람에 채근하지 않는 사람. 왜 늦느냐 묻는 말 없이, 늦는 이유가 있겠지 하며 자신의 말을 삼키고 기다려 주는 사람들. 급히 들어오느라 열어 둔 채로 둔 문을 대신 닫아준 사람. 늦게 올 분이 놀랄 것을 대비해 자신의 음료로 자리를 미리 데워주는 사람. 늦은 시간 동안 자신 없이 지나간 부분에 당황하지 않게, 지난 삼십 분 간을 간단히 요약하는 시간을 티나지 않게 해 주는 사람.


준비된 일정이 마쳐지고, 그 날이 저무는 저녁 밤. 소속원들이 모두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이 날 늦었던 팔번이 보낸 이모티콘이 환했던 것은, 그 모든 따뜻한 마음을 다 느낄 수 있었다는 의미였겠지.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한 역할과 대단한 자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저 한 사람의 개별적 존재가 되는 시간을 위해 애써 자리하는 것은, 이 자리에 모이는 사람들이 모두 그 만큼 마음으로 빛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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