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최소와 가능
이것은 며칠 전의 이야기.
2명이 한 팀으로 일하는 두 팀들이 있다. 나는 이쪽 팀. 저쪽은 저쪽 팀.
두 명이 한 팀이라는 것의 의미는 한 명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의미일 것이고, 또한 둘 중 한 명의 공백이 생겼을 때, 다른 한 명이 업무의 지속성을 지켜내라는 의미일 것이다.
전날 밤, 해야 할 담당 업무를 모두 마치고 퇴근을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다. 일은 익숙해져 있었다. 언제쯤 오늘의 일이 마무리 될 것인지에 대한 감이 충분히 오기에, 몇 시 몇 분 쯤이면 오늘 일을 마칠 수 있겠구나. 그런 감에 맞추던 날들이다. 이런 날엔 좀 서둘러 도망쳤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지만, 그건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니까. 퇴근을 하려고 내 자리를 정리하고 나서려던 참이었다. 상사에게서 연락이 온다. 잠시 좀 보자고. 오늘 마무리 해 놓은 내 업무에는 문제가 없었을 텐데. 무슨 일인가 싶어, 궁금함 반, 궁금하지 않은 마음이 반으로, 상사를 찾아갔다.
"내일은 저 쪽 팀에서 일해주세요."
음? 옆 부서 저 쪽 팀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저쪽 팀이 안 나온단다.
"어느 분이 안 나오시는데요?"
"둘 다."
"?"
"내일 저 팀에서 일하세요."
"?"
한 명이 빠졌을 때도 일이 어렵게 돌아가던 곳이다. 두 명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지. 한 명의 공백이 무척 클 수 밖에 없는, 그런 일. 그런데 내일. 저 쪽 팀의 두 명이 동시에 못 나온다고 한단다. 저 팀을 담당하는 저 쪽의 상사는 당연히 당황을 했다. 급히 열린 운영 회의에서 내려진 결론은 그렇게 내게 전달되었다. 내가 저 쪽 팀을 살려야 한다니.
그리고 당일의 이야기.
"혼자 하는 건 말도 안되니 지원인력을 파견해 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갑작스런 공백에 기대를 할 수는 있을까. 지나치게 미숙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정도의 기대였다. 내가 못하는 부분을 도와주면 좋겠다던가, 무척이나 능숙해서 의지가 된다건가, 그런 사람이 올 리는 없으니까 말이다. 출근해서 저 쪽 팀의 자리로 가서 업무 진행사항을 파악하던 중이었다. 같은 내용의 업무일 텐데 진행과 처리의 과정과 내용이 무척 달랐다. 알고는 있었고, 예상은 했었지만, 고된 하루가 기다릴 것 같은 시작의 예감 속에 긴장되기 시작할 때였다.
혼자서 한다는 것은 도저히 말도 안되는 일이니까.
긴급하게 구했다는 사람이 도착했다. 여어. 와 줄 알바생을 붙여준다더니, 나의 앞에 나타난 것은 일을 그만두고 나가버렸던 간부였다.
"잘 지냈나?"
"네, 잘 지내셨습니까?"
일을 모르는 데 의욕이라도 있었으면 싶은 알바와 일에 감독은 하시는데 몸이 무거우신 전직 간부 중 뭐가 좋은지, 나는 안다. 사람 구할 방법은 많은데 사람을 구하기가 참 힘든 요즘이니까. 애써 공고와 안내를 통해 구했다는 알바가 당일날 나타나지 않는 것이 흔한 일상인 요즘. 나와 주기만 하면 감사하지.
오늘 나와 주신 분이 언제나 좋지.
어차피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 혼자 하게 될 것을. 도움주러 나오신 전직 선배는 의욕과 다정함을 갖추셨지만 믿고 업무를 맡기고 분할하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고 불안했기에, 적절하게 약간의 분담을 한 뒤 2차 체크, 3차, 4차 체크까지 하기로 했다.
"여기 이 부분 맡아서 처리하시고, 저한테 넘겨주시면 되겠습니다."
뭔가, 이가 잘 맞물려 있지 않은 곳에서는 그런 곳 만의 느낌이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이 여럿인데, 유난히 관리감독자인 것 같은 사람이 눈에 띈다던가. 혹은 반대로 유난히 그런 관리자의 모습이 너무나 눈에 띄지 않는다던가. 일에 능숙한 사람의 업무는 옆에서 보기에 쉬워 보이듯이, 원활히 굴러가는 부서는 누가 상급자인지, 누가 하급자인지, 멀리서 보기에는 알아보기 어렵곤 하다.
세 사람의 몫을 하나처럼 하기 위해 물 한 잔 마실 겨를 없이 일하고 체크하고 체크하고 일하다, 다시 확인하기를 반복할 때. 경보처럼 옆 자리들에서 이상한 장면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새로 우리 부서에 올 신입은 아주 신입으로 뽑아서 나보다 어린 애로 넣어주세요."
이쪽 부서의 다른 팀에서 일하는 한 친구는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신은 머지않아 관리자 직급으로 올라갈 테니, 부리기 쉬운 사람으로 좀 배치해 달라. 어린 애들이 와야 막 부릴 수 있을 것 같고 좋을 것 같다. 어린 후배를 원하던 친구의 자리에는 업무가 엉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고, 이쪽 부서 상사는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저 친구의 자리의 업무 마비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자리에 보이지 않고 도대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는 그 친구의 자리에서 그 친구의 업무까지 처리하고서. 숨 한 번 돌려볼까 했더니 어린 후배를 원한다는 곧 관리자가 되고자 하는 그 친구는 나타났다. 아무 소리도 안 듣겠다는 의지인지 귀까지 단단히 막은 채로 푹 잘 잤는지, 볼에는 눌린 자국이 있는 채로 나타난 그 친구는 조금 전까지는 잘 처리하고 있었다가 방금 잠시 화장실 가느라 자리 비운 사이에 이렇게 됐구나. 그렇게 말을 했다. 이십 여 분 동안, 내가 할 일도 아닌, 이 친구가 친 사고를 대신 처리한 내가 지쳐서 할 말이 없는 것을 그 친구는 그 친구의 말을 믿은 것이라 생각한 걸까.
두 명 분의 일에, 전직 간부의 지원. 옆 부서의 철없는 직원의 상습적 업무공백. 남은 오늘의 난이도가 점차 올라가는 동안 내 정신은 망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밥 먹는 동안은 일 걱정 안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 놓을 아주 잠시가 지난 뒤. 우리 부서와 이쪽 부서를 책임지는 관리책임자가 나타났다. 왜지. 왜 오늘 나왔지.
오늘 출근의 소식이 없었던 것 같은 관리책임자는 나타나자 마자 내 자리로 왔나 보다. 단정하게 챙겨 입은 옷에는 주름 한 줄 없이 빳빳했고, 눈은 총기있고 어깨와 등에는 힘이 잔뜩 들어 있어, 의욕이 하나도 소모되지 않은 것이 잘 보였다. "잘 하고 있제?" "네." 뭐, 그렇죠. "이 분은 잘 도와주시나?" "네." 뭐, 그렇죠.
관리책임자는 그렇게 나를 지원하러 온 전직 간부와 화기애애한 티타임을 펼쳤고, 차 한 잔을 마실 시간이라는 그 동안, 나는 온전히 두 명 분의 몫을 혼자 떠맡은 채 일해야 했다. 뭐, 아까랑 크게 달라진 것은 없네. 카운트다운처럼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남은 시간을 계산하고, 오늘 여기서 맡은 일의 남은 양을 감안해 보았다.
발주량도 적절했고, 처리량도 괜찮았다. 처리 속도도 나쁘지 않았고, 이 부서의 이 쪽 팀이 할 때보다 더욱 꼼꼼히 처리해 놓은 일은, 광마저 날 듯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명언이 나오고, 이어 그것이 무슨 망발인가 하는 시대를 지나는 동안. 즐기는 것은 좀 그렇고,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열심히 해보자.
이 쪽 팀이 구멍이 나는 바람에, 나는 소개 받을 자리 하나를 놓쳤고, 두 명이 일하는 것이 최소한인 팀에서 혼자 일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 버렸다. 이어진 야근으로 엉망이 된 컨디션 덕분에 얼마나 피폐해져 엉망이 된 얼굴인데.
그런데 나는 오늘 왜 이리 웃음이 날까.
글 하나 재밌게 읽고서 숨길 길 없이 터져나온 웃음을 길게 잇고 있으려니, 밤에 무엇을 하길래 나와서는 저렇게 잠만 자는가 싶은 장래의 관리자 친구와, 오랜만에 퇴직한 전직 간부와의 티타임을 만족스럽게 마친 관리책임자와 이 쪽 부서의 다른 이들이 지나가며 나에 힐긋 거린다.
뭐가 그리 좋으냐, 뭐가 그리 재밌냐. 물어도 대답하지 않을 마음을 담고서, 이제, 남은 한 시간 정도를 바쁘게 채워가는 동안. 지친 하루가 나의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있지만, 기분만은 나쁘지 않더라. 기분은 온전히 내 것이니까.
오늘은 집에 가는 동안, 듣고 싶어 골라 둔 노래나 찾아 들으며 가볼까. (그래볼까.)
오늘도 수고 많았습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