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저녁과 평화로운 꿈
"정의야, 나와!"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자 정의는 야심차게 일어났다. 가방에서 꺼내 놓은 크로플 상자는 식탁 위에 두었었다. 직접 하겠다고 꺼내든 접시에 야심찬 크로플을 담아서 거실로 들어서자, 저녁 시간이 다가온 집안에 살짝 깔려있던 정적이 깨지는 듯했다.
거실은 따뜻한 조명 아래 은은하게 빛났고, 정의의 발걸음 소리가 마룻바닥을 타고 부드럽게 울려 퍼졌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미 거실의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신문을 펼쳐들고 무언가를 집중해서 읽고 있었고, 어머니는 옆에서 젓가락을 정리하며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따끈한 국물 냄새가 살며시 올라오고 있었다. 갈색빛의 소박한 뚝배기 안에서 뽀글뽀글 끓어오르는 된장찌개는 정겨운 집안의 온기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다양한 반찬들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었다. 붉은빛이 감도는 무생채, 깨소금을 솔솔 뿌린 시금치무침, 그리고 노릇하게 구운 생선까지. 정의는 그 풍경을 보고 한껏 들뜬 마음으로 크로플 상자를 더욱 소중히 들어 올렸다.
"크로플 사 왔어요!" 정의가 밝은 목소리로 외치며 상자를 살짝 흔들자, 상자 속에서 퍼지는 달콤한 냄새가 거실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그 냄새는 마치 갓 구운 빵이 구수한 향을 내뿜듯, 정의의 손끝에서부터 방 안을 감쌌다. 크로플 특유의 바삭하고 달콤한 향기가 공기 속에 스며들며 집안의 고요함을 깨고, 정의의 기분 좋은 설렘을 전했다.
"이게 그 크로플인가 하는 거구나. 맛잇겠다." 어머니가 웃으며 반가운 표정으로 상자를 쳐다봤다.
"역시 우리 정의는 최고로 좋은 걸 잘 찾아내는 것 같아. 맛있겠다."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가 정의의 가슴속을 한결 따스하게 만들었다.
정의는 아버지에게도 상자를 자랑하듯 내밀었다. "아빠, 이거 오늘 마지막으로 남은 크로플이었대요. 가 사 왔어요! 완전 운 좋았죠?"
아버지는 신문을 내려놓고 정의가 내민 상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달콤한 냄새가 좋네. 오늘 저녁이 더 특별해질 것 같은데?"
정의는 신이 나서 크로플을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녀의 손끝에서 크로플의 포장이 풀리자, 더욱 강렬한 달콤한 향이 피어오르며, 갓 구워진 크로플의 바삭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크로플 위에는 살짝 녹아있는 설탕과 버터가 반짝이며, 그 광경만으로도 이미 입안 가득 군침이 돌았다. 정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반응을 기대하며 상자를 활짝 열었다.
"냄새가 정말 달콤하고 좋아요, 그쵸?" 정의는 한 손으로 크로플을 조심스럽게 꺼내며 말했다. 포장지에서 살짝 느껴지는 그 따뜻한 촉감에 정의는 잠시 행복한 기분에 빠졌다. "이거 진짜 부드럽고 바삭한데, 겉은 크리스피하고 속은 폭신해요. 한번 드셔보세요!"
어머니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크로플을 한 조각 집었다. “정말 맛있어 보여! 우리 정의 덕분에 오늘 저녁이 더 달콤해지겠네.” 그녀는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고, 그 달콤함에 미소가 더 커졌다. 크로플에서 나는 바삭한 소리가 집안에 고요히 울렸다.
정의는 어머니의 반응에 기쁨이 가득 찬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빠도 드셔보세요! 이거 진짜 신세계라니까요. 아, 그리고 오늘은 진짜 좋은 일이 가득했어요. 친구 유미도 만나고, 떡볶이도 먹고, 마지막 크로플까지 딱 얻었어요!"
아버지는 웃으며 정의의 말을 들으며 크로플을 한 조각 집어 들었다. "정의 덕분에 오늘 저녁이 정말 풍성해졌구나. 오늘 하루가 정말 멋졌나 보다."
정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맞아요! 완전 영화처럼 흘러갔어요!"라고 외쳤다. 그 순간 정의는 오늘 하루가 마치 꿈결처럼 지나간 것을 느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느꼈던 상쾌함, 길가에 있는 나무들의 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반짝이던 친구와의 우연한 만남까지, 모든 순간이 크로플 하나에 담겨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거실은 여전히 달콤한 크로플 향기로 가득했고, 그 향기는 따뜻한 가족의 대화 속에서 더욱 깊어갔다. 정의는 이 순간이 오래오래 기억될 것임을 직감했다. 크로플 한 조각이 단순한 간식이 아닌, 가족과 나누는 소중한 시간과 함께 오늘 하루의 특별함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오늘 정말 최고였어요!" 정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따뜻한 만족감을 안고 말했다.
오빠가 거실로 들어오며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햇빛에 반짝였고, 숨을 고르며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의는 오빠의 지친 얼굴을 보며 살짝 놀리듯 웃음을 지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오빠? 나 크로플 먹으려고 엄청 기다렸단 말이야!" 그녀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묻어 있었지만, 어딘가 오빠와 함께하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따뜻함도 담겨 있었다. 정의는 그런 사소한 순간조차도 놓치기 싫은 마음이 컸다.
오빠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정의의 얼굴을 바라봤다. "뭐라고? 크로플?" 그의 눈에는 어리둥절함이 가득했다.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자신을 부른 줄 알았던 오빠는 동생의 예상치 못한 말에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 이내 가방에서 물건을 정리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금 나 때문에 불렀다는 게 진짜 크로플 때문이야?"
정의는 오빠의 반응을 보고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빠가 자신의 말을 오해한 것 같아, 그 모습이 재미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참으려 애썼지만, 오빠의 엉뚱한 표정은 계속 정의를 즐겁게 만들었다. "그럼, 당연히 크로플이지! 뭐 특별한 일 있겠어? 맛있는 거 같이 먹으려고 불렀지!"
정의는 예쁘게 옮겨 담아 놓은 크로플 접시를 테이블에서 오빠 쪽으로 밀었다. 접시로부터 나오는 달콤하고 바삭한 향기가 순식간에 거실을 채웠다. 바삭하게 구워진 크로플의 겉면이 반짝였고, 그 위로 살짝 녹은 설탕과 버터가 섬세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달콤한 냄새가 공기 중을 휘감으며 오빠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오빠, 이거 진짜 맛있어 보이지 않아? 그치?" 정의는 크로플을 손으로 살짝 집어 올리며 그 바삭한 촉감을 느꼈다.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이 마음속 깊이까지 퍼지는 것 같았다. "이거 엄청 바삭바삭하고 겉은 크리스피하고 속은 폭신하거든? 우리 같이 먹자! 아빠랑 엄마도 같이."
오빠는 동생의 열정적인 모습에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동생이 자랑스럽게 내민 크로플을 바라보며, 자신의 당황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 같이 먹자. 하루 종일 힘들었는데, 달콤한 게 좀 필요하긴 하네."
정의는 신이 나서 크로플을 하나하나 접시에 올리며 테이블 위를 달콤함으로 가득 채웠다. 그 순간, 집안의 따뜻한 공기와 햇살, 그리고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완벽한 저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정의는 그런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작은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고 있었다. 크로플 한 조각조차도, 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 속에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
정의는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그 순간, 바람이 살짝 불며 창문을 살랑살랑 흔들었고, 멀리서 노을이 지며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저녁 햇살이 집안으로 따뜻하게 흘러들어오며 방 안은 온화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정의는 그 노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이렇게도 완벽할 수 있을까. 친구들과 보낸 시간이 떠오르고, 그 뒤에 이어진 가족과의 이 달콤한 저녁이 마치 꿈만 같았다.
"오빠, 이거 먹고 나면 우리 산책 나갈래? 아까 노을이 정말 예뻤어!" 정의는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는 단순한 산책조차도 가족들과 함께라면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오빠는 크로플을 한 입 베어 물고,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랑 산책 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 이미 노을은 지나가고 그 뒤를 따른 달이 떠 있는 것을 보며 들어온 오빠는, 정의의 신난 얼굴이 너무 귀엽기만 했다. 정의는 오빠의 대답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크로플을 들고 테이블 위에 남은 간식들을 바라봤다. 오늘 이 순간, 가족들과 함께 나눈 이 달콤한 시간이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것만 같았다.
정의는 크로플을 먹으면서 오늘 하루의 작은 사건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러자 얼굴에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설 때부터 시작된 일들이 마치 영화를 찍는 듯 하나도 빠짐없이 떠올랐다. 비가 살짝 내리면서 땅에 남긴 촉촉한 기운, 도로 한쪽이 공사 중이라 울퉁불퉁했던 길, 바퀴에 끼인 나뭇가지 때문에 멈춰서 잠시 나뭇가지를 빼내느라 생긴 작은 해프닝, 그리고 길가에 난데없이 나타난 떡볶이 노점의 달콤하고 매콤한 냄새까지, 모든 순간이 정의의 머릿속에 다시금 스쳐지나갔다.
정의는 그때를 떠올리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떡볶이 그 아줌마... 진짜 떡볶이가 막 다가오더라니까. 아, 그때 참... 지금도 입안에 매운맛이 도는 것 같아.’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을 유혹했던 떡볶이 대신 크로플을 산 것이 너무 웃겼다. 정의는 자그마한 승리를 이룬 듯한 기분이 들었다. 떡볶이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크로플을 선택한 자신이 조금 대견하기도 했다. 마치 크로플 하나 사러 가는 길이 이런 모험으로 가득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내가 진짜 4차원이 맞긴 맞나 봐. 크로플 하나 사는 데도 이렇게 많은 일이 생기다니...’
집으로 돌아온 정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저녁 시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방금 전까지 겪었던 모든 소소한 일들이 크로플과 함께 마치 한 편의 이야기가 되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녀는 크로플 상자 안에서 남은 조각들을 꺼내며 한 입 더 먹었다. 바삭한 소리가 그녀의 귀에 즐겁게 울려 퍼졌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이 하루의 피로를 부드럽게 녹여주는 것만 같았다. 초콜릿이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며 바나나의 은은한 향과 어우러지는 그 순간, 정의는 깊은 만족감에 빠져들었다. 이 작은 조각 하나에 그녀의 오늘 하루가 모두 녹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크로플 참 달달하다. 정의처럼 달달해. 아주 예쁘게 달아." 어머니가 말하며 미소 지었다. 어머니의 얼굴에 피어난 웃음은 마치 따뜻한 햇살처럼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정의야, 네가 이런 걸 다 사오다니. 오늘 네가 사온 게 이 집을 달콤하게 해주네."
정의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부끄러워졌다. "엄마, 별거 아니에요. 그냥... 오늘 떡볶이를 사려고 했는데, 순간 크로플이 더 생각나서요." 정의는 떡볶이를 포기했던 일이 어째서인지 그토록 큰 사건처럼 느껴져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크로플 사길 잘했네. 떡볶이는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이렇게 가족이 모여서 크로플 먹는 건 흔치 않잖아." 오빠가 장난스럽게 말을 걸며 정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정의는 오빠의 손길을 느끼며 어렸을 때처럼 장난스럽게 고개를 피했다. "오빠, 그만 좀 만져!" 하지만 그녀의 웃음소리에서 그리움과 친근함이 가득 묻어났다.
거실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노을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하늘은 주황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정의는 노을을 바라보며 잠시 넋을 놓았다. '이런 예쁜 풍경도, 가족들과 함께 있는 이 시간도 다 너무 좋다.' 그녀는 창밖을 보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저 멀리 집 앞에 고요하게 서 있는 가로등을 관찰했다. 평범한 풍경이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마음을 채워주는 것 같았다.
정의는 다시 크로플을 한 입 더 먹었다. 이번에는 더 깊이 씹으며 그 맛을 천천히 음미했다. 바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속, 달콤한 초콜릿과 바나나의 풍미가 어우러져 입안 가득히 퍼졌다. 그녀의 미소는 더 넓어졌고, 행복이 마음속에서 천천히 솟아올랐다. 이 작은 순간,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한 저녁이 정의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정의는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크로플을 먹으며 나누는 가족들의 웃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작은 농담에 함께 웃는 평범한 일상 속의 행복이 가슴 깊숙이 새겨졌다. 그녀는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정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하루도 참 좋았다. 아, 정말 이렇게 사소한 일들로도 나는 참 행복해지네. 가족과 함께라는 건 정말 축복이야.’ 정의는 크로플의 마지막 한 조각을 먹으며 그날의 모든 순간들을 마음속에 담았다.
정의는 저녁 식사가 끝나고, 식탁을 정리한 후 방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자 익숙한 방 안 풍경이 그녀를 맞아주었다. 창가에 늘어진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달빛이 스며들어 방 안을 은은하게 채우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는 어둠 속에 조용히 숨어있는 나무들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정적이 감도는 밤의 고요함 속에서 정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나무들이 부드럽게 움직일 때마다 바람 소리가 나뭇잎 사이를 스치며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오늘도 별이 잘 보이네." 정의는 창문을 활짝 열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저 멀리 반짝이는 별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듯 환히 빛나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며 정의의 머리카락을 살짝 흩날렸다. 그 바람에는 잔잔한 풀 내음과, 저녁에 먹었던 크로플의 달콤한 잔향이 함께 묻어나왔다. 바람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정의는 잠시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온전히 느꼈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며 몸에 살짝 소름이 돋았지만, 그 감각마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오늘 참 많은 일이 있었지."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 누우며 아까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자전거를 타고 크로플을 사러 갔던 순간부터 공사 중이던 도로, 떡볶이 냄새의 유혹, 그리고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했던 시간까지. 모든 장면이 하나하나 눈앞에 떠오르며, 마치 다채로운 색깔의 물감으로 그린 그림처럼 선명하게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정의는 침대 위에서 몸을 돌리며 푹신한 이불의 촉감을 느꼈다. 이불이 살짝 무거워지는 그 느낌이 마치 오늘 하루의 모든 일들이 천천히 정리되는 듯한 안정감을 주었다.
정의는 누워서 천장에 걸린 작은 천체 모형을 바라보았다. 별과 달 모양의 조각들이 천천히 흔들리며, 조용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낮에 쐬었던 햇빛 덕분에 여전히 미약한 빛을 머금고 있는 모형은 마치 밤하늘을 축소한 듯, 조용히 방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저 별들은 나만의 작은 우주야,' 정의는 그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별 모양을 손끝으로 가리켜 보았다. 이 작은 방 안에서도 그녀만의 세상이 있고, 그 안에 소중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산을 거의 누비다 시피 한 정의는 누운 순간부터 다시 일어나기 힘든 피로를 느끼며 침대에 가라앉듯 붙어 있었다. 오빠는 정의가 혹시 아까 말한 산책을 가려나 싶어 문 안을 살짝 엿보다가 피식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잠기운이 솔솔 밀려오는 중에, 정의는 오늘 크로플을 먹으며 나누었던 가족들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따뜻하고 달콤했던 그 순간들, 어머니의 미소와 아버지의 호기심 어린 표정, 그리고 오빠의 장난스러운 말투까지. 그 모든 것이 정의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가족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제일 좋아.' 정의는 눈을 감으며 그 따뜻한 순간들이 다시금 마음속에 떠올랐다. 오늘의 작은 승리들이 모두 이 소중한 기억들 속에서 반짝이는 별들처럼 빛나는 기쁨이 되었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정의는 속으로 혼자 물었다. 내일 펼쳐질 하루가 기대되며 가슴이 설레었다. 크로플을 사러 갔던 그 모험처럼, 내일도 작고 소중한 일들이 정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침대에 누워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그녀는 마치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에 빠졌다. '뭐가 됐든, 난 잘 해낼 거야.' 그런 다짐을 하며, 정의는 이불 속으로 조금 더 파고들었다.
방 안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다. 창문 너머로는 아직도 나무들이 살짝살짝 흔들리고, 달빛은 여전히 은은하게 창을 타고 들어와 있었다. 침대 위에서 정의의 숨소리는 점점 고요해졌다. 잠이 오는 그 순간, 여전히 달콤한 크로플의 향과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의 따스함이 마음속 깊이 남아 있었다.
정의는 깊은 숨을 내쉬며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오늘 하루의 모든 작은 순간들이 그녀의 꿈속에서 다시금 피어나기를 바라며, 그 소중한 기억들을 안고 평온한 밤을 맞이했다. ‘오늘도 정말 좋은 하루였어.’ 그녀는 미소 지으며 속삭이듯 마지막 생각을 남기고, 꿈결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