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걷으러 옥상에 갔다
밤새 일하고 하루종일 잤는지라 벌써 오후의 끝이었다
이불을 걷자 가려졌던 하늘과 눈이 마주쳤다
구름이 예뻤다 석양이 예뻤다
노을에 물든 바람이 너무 예뻤다
또 네 생각이 났다가
아 아니다 그건
내 안에 묻어 있는 네 얼룩은
지워질 마음이 없나보다
네 모습이 바람 타고 스며든다
어느새 흩어진 구름들이
옅어진 우리 시간 같아
괜히 슬쩍 서럽다
이불을 걷으러, 조융
# 현대사회 생존자 :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 철학으로 살아남는 자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