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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by 조융한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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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도 잠들고

꽃은 무엇 때문에 지고 피는데


한참을 비를 기다리다 그냥

이 정도 흐린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같은 실수와 같은 실패와

같은 다짐과 같은 무너짐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면

아무 것도 가지지 않는 편이 나을까


깊이 허기지는 일

아플 정도로 주린 뒤에야

주섬주섬 마른 침이나 줏어 삼키곤 했다


시는 돈이 되지 않았고

피에 모래가 섞였는지

걸음이 자꾸만 서걱거린다


굽히느니 차라리 부러지려 했는데

부러러지지도 못하고

계속 멍만 들고 있다


비명같은 피멍이


자꾸만

자꾸만

자라고 있다



비명, 조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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