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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지 Dec 20. 2024

히말라야에서 카약을 타며 찾은 자유

1부: 회사를 그만둬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인도 다즐링에서 육로로 카트만두 국경을 넘어 긴 시간을 이동한 끝에 포카라에 도착했다. 힘든 여정을 마치고 네팔에 들어서니 분위기는 비슷하면서도 세상 평화로웠다. 인도 여행이 두렵다면 네팔은 강력 추천한다. 특히 포카라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매력을 즐길 수 있다.


포카라는 페와호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 숙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서는 예쁜 장신구를 파는 상점과 리넨 소재의 의류나 소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특유의 분위기는 20~30대 여성 여행자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장소다.


평화로운 포카라

같이 국경을 넘어왔던 일행들과 이틀 정도를 함께 보낸 뒤, 그들은 먼저 떠났고 비행기 티켓을 연장해 혼자 포카라에 남았다. 보통 네팔은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당시 인도 여행으로 심신이 지쳐 있었고, 그저 쉬고 싶었다.


포카라에서의 일상은 단순했다. 호숫가를 산책하고, 작은 카페에 앉아 평화로운 페와호수를 바라보았다. 따뜻한 진저레몬티 한 잔을 마시며 그 고요한 순간에 집중하면 마치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했다.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시간이 회복시켜 주었다.


히말라야에 오르는 대신, 호숫가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재미있는 일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는 자전거 타기였다. 고등학생 때 이후로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었으니 거의 10년 만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조금만 가도 균형을 잡지 못해 옆으로 발을 내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익숙해졌고, 천천히 호숫가를 따라 여행자 거리의 시작점에서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 



혼자 숙소를 구해야 했다. 인도 여행을 통해 이미 흥정의 달인이 되어 있었던 터라, 직접 열 곳 정도를 찾아다니며 방 컨디션과 가격을 확인했다. 결국, 조용한 사이드에 페와호수 전망이 보이고 객실 내부에 화장실까지 있는 숙소를 찾아냈다. 원래 방 가격은 1박에 약 6천 원 정도였지만, 장박이니 1박당 4천 원으로 흥정을 끝냈다. 누군가는 6천 원짜리 숙소를 악착같이 깎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지 물가와 장기 여행자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흥정은 필수였다.


예를 들어, 카트만두 거리에서 네팔 전통악기인 사랑기(Sarangi)의 미니사이즈 공예품을 팔고 있었는데, 처음 가격을 묻자 8만 원을 불렀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 사지 않았고, 이후 거리에서 마주칠 때마다 가격이 점점 내려가 나한테만 스페셜 프라이스로 주겠다며 결국 8천 원에 구입했다.


숙소는 난방이 되지 않았고, 낮에는 몇 시간씩 정전이 되곤 했다. 하지만 이는 이 숙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대부분의 숙소가 비슷한 컨디션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네팔의 전기 사정이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페와호수에서 카약과 페러글라이딩

포카라 호숫가에서는 카약을 대여할 수 있었다. 1시간 대여료는 약 2천 원 정도였고, 구명조끼와 방수백도 함께 대여해 줬다. 짐은 방수백에 넣고 직원이 카약을 호숫가까지 옮겨 주었다.


패들을 저으며 나아가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멈춰보니 배가 한 방향으로 서서히 회전하며 물돌이를 하고 있었다. 강은 한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전진이 쉬웠고, 바다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잔잔한 호수가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다. 호수의 고요함이 나를 편하게 해 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 밖의 어려움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겨울이었지만 낮에는 반팔을 입을 정도로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었다. 물 위에 둥둥 떠서 패들을 잠시 내려놓고 호수를 바라보았다.
"내가 혼자 네팔에서 카약을 타다니, 이게 진정한 자유구나."



포카라의 한국식당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바라보며 페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 듣고 바로 예약했다.

페러글라이딩은 이전에 경험한 적이 있었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차로 산꼭대기의 활공장까지 이동하며 바라본 풍경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원, 투, 쓰리, 렛츠고!" 하는 외침과 함께 앞으로 발을 내딛자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하늘을 날며 바라본 히말라야와 페와호수, 하얀 구름들, 그리고 두 뺨을 스치던 시원한 바람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한 식당 사장님한테 낚싯대를 빌리기로 했는데 외국인은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할 수 없었다. 식당 주인은 한국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포카라에 식당을 차렸다고 했다.


"포카라는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워서 일 년 정도 살아보고 싶어."
"음... 여행자의 시선으로는 아름답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의 삶은 좀 힘들어."
"이렇게 좋은 곳에 살면서 왜?"
"일자리도 없고,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그의 말을 들으며 여행자가 느끼는 평화와 실제 그곳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이 다르다는 사실에 제주의 삶이 떠올랐다.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은 실제로 일 년 중 일부에 불과했고,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꽃피는 날들은 삶에서 극히 짧은 순간일지도 모르고 대부분의 시간은 비와 바람, 때로는 태풍을 마주하며 살았지만 그 시간 또한 영원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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