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
반가운 연락이 왔다.
"우리 보성 여행가는데 얼굴보자!"
제주에서 함께 프리마켓을 다니던 작가인 친구였는데 프랑스 출신의 짝꿍 Antoine과 함께 내가 있는 보성에 놀러와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근황토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최근에 불교미술인 탱화를 배우고 있었고 내 작업을 보여주니 엔지니어이자 미디어아티스트인 Antoine이 무척 흥미로워했다. 같이 재미있는 작업을 한번 해보면 좋겠다 이야기를 나눈 뒤 둘은 프랑스로 돌아갔다. 얼마 뒤 연초라 문화예술지원사업 정시 공고가 올라왔고 나는 <청년예술인>으로 다시 한번 사업계획서를 쓰게된다.
청년예술인 지원금
청년예술인 지원금은 젊은 예술가들이 꿈꾸는 작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기반을 마련해주는 지원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하거나 지속하기 위한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창작에 더 몰두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창작 재료비, 공연·전시 준비 비용, 공간 대여비 등 작품 제작과 발표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금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교육, 워크숍, 네트워킹 기회 같은 성장 지원 프로그램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만 39세 이하의 청년 예술가들이 주요 대상인데 PT때 보니 내가 나이가 제일 많은것같았다. 예술 장르에 제한 없이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 예술가들이 지원할 수 있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거나 새롭게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2년 연속으로 선정이 가능하며 각 1,000만원씩 총 2,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데 나는 2년 연속 선정되어 총 1,700만원을 지원받았다.
신청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지원 계획서 작성: 자신만의 창작 아이디어와 목표를 잘 정리해서 제안서를 만든다.
포트폴리오 제출: 이전에 진행한 작품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보여준다.
서류 심사와 인터뷰: 심사를 거쳐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청년예술인 지원금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창작의 길이 막히는 걸 방지해주는 역할을 하기도하고 창작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경험과 자신감을 쌓을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다.
치유의 예술명상 공화 : 허공에 핀 꽃
어떠한 대상에 이름을 붙이고 상을 떠올리며 그것에 집착하여 일어나는 번뇌인 명상(名狀)을 명상(冥想)으로써 타파하여 온전한 본래의 마음자리로 돌아오는 예술명상 프로젝트다.
우리는 허공에 피는 꽃처럼 허상을 추구하고 그 공한 마음을 대상으로 집착하며 스스로 이름 명(名)을 붙이고 상(狀)을 떠올리는 일을 반복하며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명상(冥想)을 통해 타파하여 고요하고 평온하며 온전한 본래의 마음자리로 돌아오는 예술 명상 프로젝트로 전통회화인 탱화를 베이스로 작품을 연구하고 작품속에서 차크라의 해석을 담아 대중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예술적 치유의 경험을 제공한다. 전통- 인간-기계에 대한 상호 작용을 고민하고 전통회화 작품에 자율 설치를 위한 연결된 객체를 설계 및 프로토타입으로 디자인, 구상 하여 관객과의 작품이 섬세한 교감을 이루도록 하고자 한다.
이 내용으로 일년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탱화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차크라 이론, 미디어 맵핑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기획을하고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시로 줌 회의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새로운 도안을 만들어 전통 문화제 제작 방식으로 탱화를 그려나갔다. 사실 이때 투병중이던 시기라 그림앞에서 주저앉기도하고 간수치가 급격히올라 응급실에 가기도하며 많이 힘들었는데 나중에 전시가 다 끝나고 지원해준 문화재단의 담당자분이 말씀하길 내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끝까지 못마칠 수 도 있겠다며 염려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보성에서
문화공간으로 사용되는 오래된 궁전과 페스트발 등 프랑스 세곳에서 프리뷰 진행후 가을이 되었고 프랑스에서 친구들이 입국했다. 당시 운영하고 있던 북라운지 공간에는 사무공간이 있었는데 그 자리를 비우고 작은 명상공간을 만들었다. 작품을 걸고 미디어트작품인지 인지하지못하도록 빔프로젝터는 나무로 틀을 짜서 숨긴뒤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한명씩 공간안에서 명상하듯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을 감상한 뒤에는 바닷가에서 에프터 명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매트를 깔아 두었고 찻자리가 준비되었다.
전시 기간동안 정말 많은 분들이 다녀갔고 아무 연고 하나 없이 왔던 보성에서 많은 인연들이 있었구나 싶었다.
파리에서
전시를 마친 다음해 봄 프랑스에서 소식이 왔다.
"우리 파리에서 전시하게 되었어!"
36degrés과 갤러리carcharlot의 공동 기획으로 파리 그랑 팔레 맞은편에 있는 독특한 공간에서 여러 작품과 워크숍을 통해 대중, 기술, 과학 및 영성을 주제로한 전시였다.
Psych.e는 우리의 현대적 단절의 원인인 기술이 새로운 발견과 영적 깨달음의 세계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두 개의 오래된 갤러리에 대조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자아 발견과 깨어있는 실천을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Psych.e는 화이트 큐브의 대본, 프로그래밍, 행동 규범을 깨고 워크숍과 공연의 생기를 불어넣는 유연한 공간입니다. Psych.e는 예술적이고 인간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예술에 대한 우리의 관계의 코드를 뒤흔드는 대안을 상상합니다. 신비로운 주제, 영성주의 및 다양한 현실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경험 전시회를 상상합니다.
전시 소개글을 읽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다른 작품도 아니고 한국의 전통 탱화를 소재로 만든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 작품이 파리의 부르주아 거리에있는 유명한 갤러리에서 전시가 된다니 믿을수가없었다.
파리전시는 Antoine이 맡아서 진행을했고 이후에 줌으로 소식을 전해주었다. 어떤분은 40분이나 작품앞에 앉아서 관람을 하기도 했다고.
이후 이 작품은 제주에서도 소개되고 한국 핸드팬페스티벌에서도 전시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