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말하지 못한 감정
어떤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마음 안에 오래 머뭅니다.
언젠가의 대화 속, 조심스레 틀어쥔 손끝,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던 그 순간.
그날의 표정, 그 순간의 눈빛,
입술 안쪽에서만 맴돌다 사라진 말 한마디는
마치 다 풀지 못한 매듭처럼, 마음 한켠에 조용히 남아 있죠.
그 말들은 대개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미안해.” 혹은 “괜찮아.”
“사실은 말이야…”
혹은, 입 밖에 내는 순간 너무 솔직해질까 두려워 차마 시작하지 못한 문장들.
입술 끝까지 차올랐다가도
상대의 무심한 눈빛 하나,
예상하지 못한 말 한 줄에 나는 그 말을 꿀꺽 삼켜버리곤 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가늘고 조용한 울림이 퍼졌습니다.
말의 무게만큼 감정이 눌려 들어가는 소리.
‘말하지 못한 감정’은 그렇게 쌓여
나도 모르게 나를 무겁게 만들곤 했습니다.
나는 그 감정들이 사라진다고 믿었었어요.
하지만 그것들은 조용히 내 안에 스며들어 작은 주름이 되고, 숨결이 되고, 밤의 기온처럼 남습니다. 마치 커피 잔에 남은 온기처럼 요.
겉보기엔 다 식은 것 같아도, 손으로 감싸 쥐면 아직도 따뜻하다는 걸 알게 되는 그런 감정들입니다.
물론, 그 감정들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지하철에서 스치듯 들리는 어떤 멜로디,
익숙한 향수 냄새,
괜히 가슴이 뻐근해지는 풍경 하나에 불쑥 되살아납니다.
‘아, 맞아. 나 그때 그 말을 못했지.’
그제야 다시 그 마음이 나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감정들은 손끝으로 흘러나옵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어떤 날은 평소처럼 글을 쓰다가,
어떤 날은 문득 잠들기 직전,
말하지 못한 감정이 천천히 문장이 됩니다.
나는 그 감정들을 위해 글을 씁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날의 나에게,
그 말을 끝내 하지 못했던 나에게 쓰는 글입니다.
글을 쓴다는 건 때로는 고백입니다.
소리 없이, 조심스럽게, 그러나 가장 진심에 가까운 방식으로 나를 꺼내어놓는 일.
그래서 나는 믿습니다.
그 감정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고. 그저 아직, 제대로 말해지지 못했을 뿐이라고요.
그리고 언젠가는,
당신도, 나도, 그 감정을 꺼내어 천천히 써내려갈 수 있으리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