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50th Birthday

2021/01/26 발표

1.

뉴올리언스에 갔던 게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날의 주인공이었던 C는

현재 브라질서 거주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을 보낸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에서

막역한 오랜 벗들과 가족들을 초대하여

50세 맞이 생일을 큰 규모의 파티로 기념하게 되었다.

주말을 이용해 미국 각지에서 기꺼이 날아온 사람들,

뉴올리언스 시내의 오래된 프렌치 쿼터 한복판에서

즐겁고 행복한 another 50 yrs를 바라는 마음으로

밤늦도록 어울렸던 흥겨운 그날밤을 지나면서

우리 집 가장도 몇 년 후 50세가 되면

C만큼은 크게 못하더라도 나름 축하해주고 싶다는

희미한 바램을 가졌기는 했으나

살다 보니 한동안 잊고 지냈었다.

2.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코비드로 모든 게 멈추었던 2020년.

글로벌 출장을 다니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던 사람이

비자발적으로 모든 공식 활동이 정지되었다.

전 세계를 올스톱시킨 바이러스가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누구도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던,

짙은 안갯속에 있는 듯이

내내 암울하던 기억 뿐이었다.

2020년 3월, 학교 봄방학 기간에

기숙사 폐쇄로 집에 돌아와서

온라인 수업으로 봄학기를 마무리했던 아들도

가을 신학기에 학교로 돌아가 버려서,

집에는 두 부부만 남게 되었고

층을 달리하여 서로가 서로를 터치 안 하고

식사 때나 얼굴 보고 TV 보는

단순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3.

처음 아이디어를 생각하곤

아들과 먼저 쑥덕쑥덕 모의를 시작하였다.

연락할 대상자 명단을 고르다 보니

예상보다 판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래도 되는 데까지 해보자 심정으로

여러 수단을 통해

축하 영상 요청을 비밀리에 전달했고,

밤마다 아들 방에 혼자 틀어박혀

각 나라들서 도착한 영상들을 확인하며

혼자서 때로는 울컥하고 때로는 킥킥대면서

영상 편집 앱을 사용하여 연결작업을 마무리했다.

그간 친했던 동생들, 후배들 편을 시작으로

절친들 1, 2편 파트와 가족들 파트까지

근 1시간 분량이 만들어졌다.

4.

축하영상 재생이 끝난 후

영상을 보내준 사람들이

줌으로 연결된 화면에 짠하고 나타나서

각자 와인이나 맥주잔을 들고

생일 축하송과 건배를 함께 하는 깜짝 마무리까지

야심차게 준비했었으나

정작 본인이 너무도 쑥스러워하며

화면을 급 종료해 버린 바람에 머쓱하긴 했다.

아마 나보고 다시 추진하라고 하면 못할 것같고

귀찮을 수 있는 부탁을 들어준

모든 출연자들에게는

평생 살아가면서 감사함으로 살고 있다.

몇 년 후 다시 재생해 보니

이또한 흐뭇하고 귀한 추억으로 남는다.

무엇보다도 어디서나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어와

나의 프로젝트를 성공하게 해준

그날의 주인공에게 특별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