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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

2019/10/17 발표

by 고요한밤

1.

나의 오랜 벗에게.


제목에서부터 띠리리~ 감이 왔을 테지.

이 글을 쓴 건 2019년 10월의

어느 가을날 오후,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어.

미주한국일보 <여성의 창> 코너에

이름 석 자와 증명사진을 걸고서

총 13주 간 글쓰기 필진 도전을 마무리하는,

책 한 권의 말미에 붙이는 에필로그라고나 할까.

사실 마지막 주제 선정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어.

이전 글들을 써내려 갈 때보다

몇 배는 더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것 같아.

그때 우연히 귓가에 들린 전화기 속 노래,

“우리는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로 시작하는

이정선 님의 음성이 잔잔하게 전해지던 때였어.

붓글씨로 따지면 일필휘지로,

작곡으로 따지면 순식간에 멜로디가 완성될 정도로

그간의 뭘 쓸까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할 지경이었지.

“잡았다 요놈! “의 심정으로 술술 써 내려갔기에

아직도 그때의 생생한 기억이 남아 있단다.


https://youtu.be/nl-HUsGOPLE?si=FYy2Stfp2NZOhjMN


2.

너도 이미 보았는지 모르지만

넷플릭스의 최근 인기작 <은중과 상연>.

대충의 줄거리나 강력 스포도 이미 접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시청해 보려고 했어.

한국 다녀오자마자 시차 적응할 동안에

하나씩 천천히 꺼내보면 되겠지 했는데.

아. 보다 보니 마음이 너무 힘든 거야.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 나오는

전체 15회 중 1/3 정도 보긴 했는데 계속 힘드네.

아마 우리 나이 3-40대에 봤으면

더 집중하고 공감했으려나.

힘든 이유 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너였단다.

그 시절 파도처럼 밀려오는 너와의 순간들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은중이였을 수도 있고

서로가 서로를 상연이라 여겼을 수도 있었겠다 싶네.

몸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언젠가는 다시 반갑게 해후하고

그간의 간극 따위에 서먹하지 않고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상상을 하곤 했지.

앞으로 살면서 죽기 전까지

한 번은 만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 우리지만.


3.

그래도 살다 보면 언제 어디서든

갑작스럽게 마주칠 수도 있고

혹시나 SNS로 연결될 수도 있지 않겠니.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 잘 챙기고.

무엇보다도 널 외롭지 않게 해 줄

네 곁의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시간 누리길 바래.

나중에 우리의 기억이 흐려지는 때가 닥친다 해도

그 올챙이 시절의 어설펐던 너와 나를 떠올리며

살포시 웃을 수 있는 기억 한 톨로 남기를.


너의 행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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