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3 발표
1.
벌써 4년 전에 쓴 글이다.
지금도 안 좋지만 그때도 대졸 신입의 취업은 쉽지 않았다.
2021년 초 당시 대학에서 마지막 학년을 보내며
비즈니스 전공과 뮤직/컴사 부전공을 소화하는 중에
한편으로 미국 내 여러 도시, 여러 회사를 지원하고
화상으로 인터뷰를 해야 했던 아들.
부모로서 멀리서 딱히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고
특별한 빽이나 연줄을 소개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온전히 본인 스스로 타개해야 하는 고독한 시간이었다.
수도 없는 리젝과 탈락의 경험이 늘어갈수록
아이는 기나긴 침묵 모드를 유지했다.
졸업 후 바로 취업하지 않더라도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다른 미래를 계획하면 되니
너무 많은 스트레스 시달리지 말고
건강 잘 챙기고 밥 잘 먹으라는 당부만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이어진 통화에서 전달할 뿐.
하나뿐인 귀한 아들 녀석을 위해
멀리서 할 수 있는 건 언제나 그랬듯 기도뿐이었다.
이제까지 어디서든 한결같이 지켜주셨음같이
장차 이 아이가 빛을 발할 수 있는 곳으로
이 아이의 삶을 인도해 주시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맛있는 음식을 마주할 때도
매 끼니 뭐라도 잘 먹고 있는 건지 생각이 났고
떨어지는 나뭇잎과 앙상한 가지만 바라봐도
더 추운 곳에서 옷이라도 잘 챙겨 입었을까
혼자서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겠구나
눈앞에 얼굴이 아른거리고 맘 한편이 찌릿했다.
2.
5월 졸업식 이후 짐정리를 마치고
대륙 횡단 운전으로 집으로 돌아와
2주 격리 포함 한국 방문을 다녀온 후
공식적 업무는 7월 중순에 개시되었다.
선발될 당시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소속이었기에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부근으로 가야 하나 했는데
다행히 재택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고
집에서 가까운 산호세 오피스로 나가도 좋다고 해서
재택과 출퇴근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정착했다.
실리콘밸리 지역은 타 지역 대비
전반적 물가가 비싸고 렌트비가 높다.
2-30대 청년들의 급여 대부분이 의식주 지출로 되어
제대로 저축하기가 힘든 부분이 많은데
아이는 집에서 지내면서 여러 비용을 절약 가능하니
부모로서도 한결 마음이 놓였고
장가보내기 전까지 몇 년 정도 데리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이름으로 회사 노트북과 모니터 등이 배달되고
아이의 이름으로 매월 급여를 받고
아이 앞으로 의료보험이 새로 세팅되고
타주로 업무 출장을 떠나고 등등.
늘 품 안의 자식으로 어리게만 생각했던 이 아이가
사회인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저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3.
다 큰 아이와 같은 집에서 지내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는 걸로.
한때 아이가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
아이 방을 나만의 작업실로 개조하고자 했었으나
그 꿈은 깨끗이 무산되었고.
대신 아이가 틈틈이 연습하는 악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이가 고양이, 강아지를 보살펴 줄 때마다,
엄마를 위해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줄 때마다
이렇게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아이를 특별히 사랑해 주셨던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 두 분께서
하늘 위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손자의 성장한 모습을 바라보시고 계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