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 접어 나빌레라

2021/04/20 발표

by 고요한밤

1.

2020년 코비드 바이러스로

모든 세상이 움직임을 멈추었을 때였다.

평일 아침 10시마다 줌으로

꾸준히 운동을 해보지 않겠냐는

발레 전공자인 교회 지인의 꼬심으로

평생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성인 발레 기초반 그룹에 잠시 소속했던 적이 있다.

무엇보다도 내내 집에서만 틀어박혀 있기에 답답했고

그나마 운동의 느낌을 갖게 한 필라테스 선생님도

결혼을 할 것 같다며 한국으로 가버린지라

줌으로 집에서 시간 내서 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 싶었다.

흔한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정도겠거니 했는데

발레 기초 동작을 비롯해 안무 동작을 짜서 연습하는,

몸치인 나에게 평생 불가능으로 여겼던 분야로의

당혹스러우면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아들은 줌으로 대학 강의를 듣느라 자기 방에,

남편은 줌으로 미팅하느라 안방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아래층 거실에 아이패드를 펼쳐놓고 헤드폰 끼고

여러 동작들을 낑낑대며 따라 하는 내 모습을 보며

두 부자가 오갈 때마다 푸하하 배를 잡고 웃어댔다.

백퍼 옷걸이로 될 거라던 발레 연습용 바 bar도 구입하고

발레용 토우슈즈도 구입하여 나름 장비빨도 세웠다.

비록 그 한 해의 몇 달 동안의 시도였지만

메마른 운동신경과 뻣뻣하고 어정쩡한 동작들에

아주 약간씩 변화가 일어났으며,

혼자서는 절대 못 버텼을 텐데

줌 화면 속의 다른 자매들과 마음을 합쳐

서로서로 격려하며 하루 1미리씩

조금씩 늘리고 넓혀가던 뿌듯함이 자리했다.

그때 다져진 기초 체력의 덕분인지

이후 다른 운동들로 옮겨가며

꾸준히 몸을 움직이게 되었다.

기존의 나에서 획기적으로 달라진

변화와 발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2.

남편도 그 시기에 모든 출장이 막히고

신규 비즈니스 관련 미팅들이 엎어지는 가운데

시간을 내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비행 중년’.

집 근처에 작은 비행장이 있는데

그곳의 파일럿 교육 과정에 등록하여

그간 꿈으로만 간직해 온 파일럿 자격증에 도전한 것이다.

줌으로 장시간 수업을 들으며 이론 시험을 준비하고

비행장에서 교관과 함께 비행 실전 실기를 연습했다.

자격증 원서 접수를 위해 건강 테스트도 거쳤는데

당시 담당의사는 자기가 이제껏 보아온 파일럿 준비생 중

당신이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며

진짜 끝까지 해볼 수 있냐고

아주 심각하게 질문했다고 한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에 대해

구름의 모양에서부터 각종 비의 종류 등

기상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법부터

각종 교신이 오가는 관제탑과 원활히 소통하는 법,

경비행기의 이착륙과 제어를 능숙히 조절하는 법과

안전 관련 매뉴얼에 완벽히 익숙해지는 훈련 등등.

도로에서 차 운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창공 위에서의 원활한 운행을 위한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잘 견뎌내었다.

지금은 코비드 이후 재개된 글로벌 출장으로

한동안 비행 교육 과정을 쉬고 있는 상태이지만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는 경비행기들을 볼 때마다

눈이 빛나고 가슴이 뛴다고 한다.


3.

모든 배움에는 때가 있다고 한다.

각종 핑계나 변명이나 제약이 있을 수 있으나

나이 들고 몸이 아프기 전에

한 번쯤은 과감히 용기를 내어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나의 50대를 후회없이 누리기 위해
여전히 꿈을 가지고
목표를 향하여 하루 1미리씩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