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울 서울 서울

2021/04/06 발표

by 고요한밤

https://youtu.be/RqEFe-kU3t8?si=YMp0yrkazVcFZMyu

1.

서울, 서울, 서울

모든 것이 두렵고 불확실했던 팬더믹 시기에

그렇게 간절히 그리워하고 가고파 했던 그 곳.

2021년, 미주한국일보에 위 글을 투고하고 두 달 후에,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데리고

우리 세 식구가 드디어 한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인천 공항 앞쪽에 마련된 코비드 검역 센터에서

순간 꽥~ 비명이 나올 만큼 콧속을 무지막지 찔러댄,

무덤덤한 직원의 기다란 면봉 공격을 거쳐야 했다.

거기서 첫 음성 결과를 받아 들고

어렵사리 예약한 방 두 칸짜리 오피스텔로 이동하였다.

다음날 보건소를 도보로 방문하여

다시 한번 무지막지 찔러댄 눈물 찍 검사를 거쳐

2주간의 해외 입국자 격리가 시작되었다.

매 끼니는 가족의 계정을 빌려 배달시켜 먹어야 했고

유리창 밖으로 과일가게, 빵집, 미용실을 내려다보며

자유의 몸이 되면 저기부터 가고 말리라 다짐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모아서 따로 냉동시키고

각종 포장용기와 술병은 현관 앞에 쌓여만 가고,

세 식구 모두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스트레스로

거의 미쳐가기 일보 직전에

한번 더 보건소의 마지막 검사를 거쳐

전원 음성을 판정받고 자유의 몸이 된 그날,

정부는 해외입국자 격리제도 전격 중단을 발표했다.

출소를 기념하며 점심 먹으러 간 뷔페 식당에서

TV 화면의 그 뉴스를 보며 억울해 했었는데,

그리고 이젠 그때가 언제였던가 싶게

다시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었다.


2.

서울에서 가족들과의 만남, 지인들과의 약속,

건강검진 등 정해진 스케줄 이외 자유시간이 생길 때면

늘 거리 곳곳을 혼자서 또각또각 걷곤 했다.

마음 편안하게 시간적 여유를 갖고

도심을 도보로 한가로이 누빌 수 있는 곳은

내겐 나고 자라 익숙한 서울 뿐이다.

종로, 광화문, 교보문고, 시청 앞,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을지로, 청계천을 따라 걷기도 하고

여의도 빌딩 숲과 공원과 강변을 걷기도 하고

신촌과 홍대, 합정 등지를 갈 때도 있다.

언제든 가고 싶은 곳으로 휙휙 이동할 때

편리한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고

각종 지도 앱을 활용하여

시내버스도 자주 타게 되었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깨끗하고

각종 환승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대도시이다.

사실 해외생활에선 맘 편히 오래 걸을 일이 별로 없다.

웬만하면 어디든 차로 이동하는 편이라

오랜만에 서울에 가면 부지런히 걷고 또 걷고

사람구경 도시풍경 눈요기를 실컷 하게 된다.

두 발과 두 눈에 직접 담아 온 그 기억을 토대로

해외에서 살아갈 또 다른 동력을 충전하는 셈이다.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