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2년 10월의 어느 토요일.
미국서 같은 교회를 다니는 지인인 그녀는
갑자기 복부가 끊어지는 듯한 통증이 왔다고 했다.
금방 지나가겠거니 했으나 의문의 통증은 계속되었고
한밤중에 911 구급차를 불러 도착한
인근 지역병원 응급실에서 간단한 검사 후
응급실 담당 의사가 괜찮을 거라며 귀가 조치를 했다.
집에 도착한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며
결국 정신을 잃고 다시 911 구급차를 불렀을 때에
의식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이송의 원칙이 있다며
보험이 가능한 다른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귀가 조치를 했던 그 병원 응급실로 다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서 갑자기 개복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병원서 그녀를 다시 만난 건 월요일 오후였다.
전날 갑자기 하게 된 개복수술 결과 별 이상이 없었다 해서
한동안 안정을 취하고 회복하면
금방 괜찮아질 줄 알았다.
수술 후 통증에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수술한 지 얼마 안 되니 당일은 몸이 힘들 거야.
잘 참고 이겨내 보자 “고 다독였다.
자주 처방 안된다는 강력한 진통제 주사를 맞고
간신히 잠든 그녀를 병실에 남겨두고 나오며
그래도 다음날은 훨씬 나아 있겠지 기대했다.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으니까.
2.
화요일에 병실을 다시 찾았을 때엔
이미 의식은 불분명했고 사람 분간이 안되었다.
간밤에 통증으로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축 늘어진 채
더욱 극심해지는 통증에도
혈압이 낮아 강력한 진통제 추가 처방이 안된대서
그녀는 그 아픔들을 날것으로 감당해야 했다.
물조차 못 마시는 금식 상태이기에
물묻힌 솔로 입술을 문지르며
자잘한 얼음 조각 몇 개 물고 있는 것으로
지독한 갈증 상태를 간신히 버텼다.
결국 오후 4시쯤 그 병원 전체 비상벨이 울리고
수십 명 의료진과 각종 장비들이 병실로 밀려들었다.
빵빵하게 부어오른 수술 부위를 재검하기 위해
ICU(중환자실)로 즉각 이송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 원인을 찾기 위해 다시 개복을 해야 하며
수술실 안의 상황에 따라 길어질 수도 있다고
여러 위험성을 설명받아야 했다.
그래도 바로 수술할 수 있다는 것에 다행으로 여기며
이 극심한 고통의 과정을 그치게만 할 수 있다면
이틀 만의 재개복일지라도 잘 감당해 내길 바랐다.
병실 부근에서 있다가 급변한 상황에 놀라
발만 동동 구르며 그렇게 중환자실로 그녀를 보냈다.
3.
그날 밤 자정이 다되어 전해진 소식은 더 참담했다.
긴급으로 다시 개복을 해 보니
문제가 되었던 장기가 초기 치료 시기를 놓쳐
전체 괴사로 진행되어 바로 전절제를 해야 했고
여타 주변 장기의 기능과 수치가 저하되어
수술을 마무리할 수 없기에 봉합을 못한 상태로
의식 없이 중환자실로 돌아왔으며
수술 부위 감염 우려로 인해
빠른 시간 안에 재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다간 까딱하면 한 생명이 위태롭겠구나
그저 두렵고 떨렸다. 무서웠다.
결코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다음날 혹시나 운전해서 병원에 가는 동안
다시 안 좋은 소식이 있으면 어쩌나
여럿이 황급히 달려간 중환자실 그곳에서
그녀는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중증 환자의 모습으로
각종 장비에 연결된 줄들과 링거 주사들로
24시간 집중 모니터링을 받고 있었다.
의식 없는 중에도 그녀의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 방울이 나의 기억에 아프게 남았다.
4.
모든 것이 불안정하다던 그녀의 수치들이
어느새 하나둘씩 극적으로 회복이 되고
드디어 목요일 봉합 수술이 가능한 컨디션이 되었다.
3차 수술이 완료되어 다시 중환자실에 있게 되고
하루 만에 의식을 겨우 회복할 수 있었다.
며칠 후 일반 병실로 옮기고서도
잘 나아가고 있다는 의료진 말과는 달리
정신을 까무룩 잃게 만드는 통증은 계속되었고
여러 진통제와 항생제 등 각종 약들이 주입되는 가운데
그녀는 한 달 반 이상을 입원 상태로 지내야 했다.
미국에선 웬만한 수술도 수술 당일이나 다음날 퇴원인데
그 긴 시간 동안 너무나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후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몇 년이 지나
또 다른 고통과 다른 병원에서의 추가 수술과
재활의 여러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어쨌든 그녀는 지금 생존해 있다.
그 모든 시간 동안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했고
그 괴로운 시간들이 큰 트라우마로 남아 있지만
어쨌든 그녀는 모든 고비를 무사히 넘었다.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 나로선
그 고통의 강도와 깊이를 감히 헤아릴 순 없지만
그저 그녀가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후의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