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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jonler Oct 10. 2018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에 대하여

책으로 사유하기

 *사진출처:씨네21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가 확정되고 주연배우로 정유미가 캐스팅되었다는 기사보도 직후, 배우 정유미가 용기있는 선택을 했다는 긍정적 의견과, 영화화를 반대한다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상반된 의견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배우 정유미의 개인 SNS에는 도를 넘는 악플을 다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영화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소설 속 김지영씨가 겪은 일은 우리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시대를 반영하는 힘인 영화를 통해 부조리한 인식이 개선될 것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영화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소설이 몇몇 사례들을 과장되게 표현해 남자를 가해자쯤으로 몰아세우고 불필요한 남녀간의 갈등을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인공 김지영씨는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여자로 살아온 고통, 그것으로 인해 이상증세가 왔고 정신과 치료중이다.

   김지영씨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는 의사로서 김지영씨를 이해한다. 같은 의사로서도 능력 많았던 자신의 아내가, 엄마가 되며 여자라서 인내해야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강요 받아야하는 하는 현실을 오롯이 감당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내의 이상증세를 목도하게 되는데 이 남자 의사는 아내의 이상증세를 경험했기에 의사로서 김지영이라는 여성 환자의 상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노라 자부한다.

   이 정신과 의사의 의식의 흐름은, 임신해서 곧 병원을 그만 두기로 결정한 자신의 여직원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으로 이어지는데, 여자는 이래서 안된다며 다음 직원은 남자를 뽑아야 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마지막 이 장면이 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대표적 부조리라고 떠들어 대고 앞장서는 사람들도 당장 자신의 이익이 걸린 문제가 되면,근시안적인 이기심으로 규범과 관습 뒤에 숨는다. 미투운동이 한창 사회적이슈로 부각되던 당시 여성인권이 격상되었네 비아냥거리며 펜스룰을 적용해 여성을 역차별하는 걸보면 뿌리깊게 학습된 문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몇 달전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이 책을 읽었다고 하자 페미니스트 라고 집중 공격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페미니스트인것이 공격받을 일인가 당시에도 상당히 의아했다. 이 일은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라고 착각하는 일부 몰지각한 남성 팬들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페미니즘은 양성평등, 즉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차별하지 말자는 것이고 그동안에 남성중심으로 편성되어 있었던 사회구조를 이제서야 지금이라도 평등하게 재편해 보자는 움직임이다. 미국의 참정권 역사를 보면 인종의 차별보다 성별의 차별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흑인남성은 1870년에 참정권을 가졌고, 그에 반해 백인 여성은 그보다 50년이나 늦은 1920년도에 와서 참정권을 가지게 되었다. 흔히 인권 문제 하면 흑인을 먼저 떠올리는데 여성인권문제는 차별 받아온 인류 절반의 문제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 영화라는 매체가 제작되는 것에 대해 ‘제작 반대 청원’이 올라오는 사실도 기가막히지만, 사실 주연배우가 용기있는 선택을 했다는 긍정적인 평을 받는다는 현실이 더 뼈 아프다.

   영화제작이 결정되고 의견의 대립이 고조될수록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 이 책은 100만부 판매돌파를 눈앞에 두고있다고 한다.

   부디 영화제작 관계자분들도 이러한 관심에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일부 몰지각한 남성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수준에 그치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잘 만들어주기를 마음으로 지지하는 바이다.



 이제 여자니까 공부를 못하거나 덜 배워도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없는 듯했다. 여자도 똑같이 교복입고, 가방 메고,학교에 다니는 것이 당연해진지 오래고, 여자아이들도 남자아이들과 다름없이 적성을 고민하고, 직업인으로서의 미래를 계획하고, 그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경쟁했다. 오히려 여자라고 못할 것이 없다는 사회적 지지와 응원의 목소리가 높아지던 시기였다. 김은영씨가 스무 살이던 1999년에는 남녀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됐고, 김지영씨가 스무 살이던 2001년에는 여성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면 ‘여자’라는 꼬리표가 슬그머니 튀어나와시선을 가리고, 뻗은 손을 붙잡고, 발걸음을 돌려 놓았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다.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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