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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jonler Oct 12. 2018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은 기한도 정답도 없다.

영화로 철학하기-<캐스트 어웨이>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2000)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주연: 톰 행크스



   안 본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띵작 오브 띵작,

<캐스트 어웨이>. 무인도에서 탈출한 드라마적 요소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지만, 단순히 탈출 영화였다면 <로빈슨 크루소>와 다를 게 없는 영화였을 것이다. 척(톰 행크스)이 무인도를 탈출한 후, 구조되어 돌아온 그의 달라진 현실이 진짜 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1분 1초를 다투는 페덱스 일 때문에 자신을 위해 치과 갈 시간조차 나지 않는 척의 삶. 여느 때처럼 그는 신속한 배달을 위해 택배 상자들을 싣고 비행기에 오른다. 그러나 그 비행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이어져 추락한다. 척은 무인도에 조난을 당하게 되고 그 순간부터 그의 삶은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된다. 이전에는 그에게 부족하기만 했던 시간이, 조난과 동시에 고독으로 가득 찬 과잉의 시간이 되어 그를 덮쳐왔다. 무인도의 삶에서 척은 자신에게 닥친 고독함의 무게에,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삶을 놓고 싶은 순간들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를 지탱해 준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인 캘리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의지였고, 그것이 곧 그의 삶의 의미였다.

 





   갖은 노력 끝에 척은 4년 만에 구조되어 현실로 돌아와 잃어버렸던 삶을 되돌리려 한다. 그러나 척이 알지 못했던 시간 속에서 캘리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있었다. 자신의 전부가 무너지는 상실감이었다. 무인도에서는 적어도 희망은 있었다. 그 희망이 삶의 의미가 되어 버틸 수 있었던 것인데, 사력을 다해 돌아온 그에게, 현실은 무인도의 삶보다 더 가혹했다.


   얼마간 힘든 시간을 다시 살아낸 뒤에 마침내 척은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살아 내기로 한다. 마지막 택배물품을 배달하고 나온 그의 앞에, 사방으로 뻗어있는 광활한 도로가 놓여있다. 척은 어느 길을 선택하게 될까.







   희망을 가졌던 일이 인생에서 다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온 삶의 의미라 여겼던 것을 상실하는 순간도 누구에게나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 우리는 그 상실감의 슬픔으로 너무 아파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고, 극복하기 위해 다른 몰두할 무언가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 슬프면 충분히 슬퍼해도 괜찮고, 아프면 충분히 아파해도 괜찮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땐 그저 모르겠는 대로 두는 것도 괜찮고, 다른 몰두할 것이 필요하면 몰두할 무언가를 찾아 헤매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할 때,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 일엔 기한도 정답도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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