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는 체력도 능력이라는 걸 그땐 몰랐다.
M본부 <공감! 특별한 세상> 프로그램은
매주 다양한 아이템을 소개하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한 방송을 털고 나면
쉴틈없이 바로 그 다음 방송을 준비해야 했다.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템을 찾고
섭외를 하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야 하는 스케줄.
나 역시
밤새 자막을 뽑고
아이템을 찾고
기획안을 썼다.
그 시절 일기장을 펼쳐보면
온통 이런 문장뿐이다.
“목숨 걸고 서울로 올라왔다.”
“버텨야 한다.”
“벼랑 끝일수록 정신 차리자.”
“작가가 되고 싶다. 진짜 작가가.”
그렇게
6개월을 버텼고
그 동안
막내작가 네명과 조연출 한 명이
그만뒀다.
네명의 작가가 연달아 그만두고
이력서를 흝어보는 팀장님에게 물었다.
“어떤 막내를 뽑으려고요?”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학벌, 경력, 글쓰는 재능 다 필요없어.
무조건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
그 말은
나에게 하는 격려가 아니었다.
이 바닥의 사용 설명서였다.
어느 날,
나 빼고 모든 팀원이
신종플루와 독감에 걸려
혼자 출근한 날이 있었다.
대표님이 나를 부르더니
“성실하고 건강하다”며
10만 원을 쥐여주셨다.
건강하다고
용돈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나는 그 돈을
그대로 엄마에게 부쳤다.
그리고 또 어느 날,
메인언니가 말했다.
“네가 취재한 아이템으로 촬영구성안 써볼 수 있겠어?”
아닌 척했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사흘 동안
쓰고, 고치고, 다시 썼다.
RT 5분 분량의
촬영구성안.
아이템은 볼링 묘기였다.
그리고 메인언니가 말했다.
“그래. 이렇게 쓰는 거야. 잘 썼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은
조금만 더 버텨도 된다는 신호 같았다.
팀장님의 문자 한 통,
메인언니의 그 말.
그때 받은 건, 인정이 아니라
계속 써도 된다는 허락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