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의 녹취록。 수십 번의 일시정지
2012년 4월.
사방 천지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어느 날.
어김없이 생방 준비로 정신없던 중
아이템을 찾아 기사를 찾던 내 눈에
단어 하나가 꽂혔다.
마포대교 생명의 전화, 시민들의 자살을 막다.
나는 얼른 생명의 전화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방송해도 좋다는 말에 팀장님께 컨펌을 받고 본격적으로 취재를 했다.
당시 생명의 전화 상담자에게
실제로 걸려온 통화 녹취파일을 건네받았다,
새벽2시.
마포대교에서 걸려온 전화의 주인공은
출산을 한달 앞둔 만삭의 20대 산모였다.
그녀는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펑펑 울면서
겨우겨우... 말을 이어갔다.
주변에 가족도 없고
남편은 그렇게 힘들면 차라리 죽으라고 했다며
너무 무섭고 우울해서
당장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상담사 분은 그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줬고
출산 전 우울증이라면서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했다.
그리고 태어날 아기를 떠올려보자고
엄마의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상담사와 그녀의 통화 내용을 프리뷰 하면서
나는 몇 번이고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또 누르며
창밖을 여러 번 바라봤다.
보통 내 타이핑 속도로
40분 분량의 녹취파일은 한 시간이면 프리뷰가 끝났지만
그날은 2시간이 넘도록
다 끝내지 못했던 것 같다.
생명의 전화를 통해
그녀는 마음을 다잡은 듯했고
그녀를 상담해 주던 상담사 역시
엄마의 마음으로
그녀를 다독이고 또 다독여줬다.
다음 날 아침.
생명의 전화기 아이템은 무사히 방송에 나갔지만
나는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다.
그녀는 아이를 잘 낳았을까
마음은 이제 좀 진정이 됐을까
보통 생방이 끝나면
'오늘도 무사히 잘 털었다!' 라는 의미로 아침 댓바람 부터 회식을 하는 날이 많았는데
그날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그냥 집으로 왔다.
엉엉 울던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와 비슷한 나이였던 그녀.
그날 새벽,
한 통의 전화로 삶에서 한발 물러났던 그녀가
지금은
진심으로
행복하게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