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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민 Nov 19. 2021

'봄날'처럼 따뜻한 꿈이 되어버린 인연

-누구를 대입해도 이상하지 않을 노래

"보고싶다,

이렇게 말하니까 더 보고싶다."


감정이란게 참 신기할 때가. 내 머릿 속에 공기처럼 보이지 않게 퍼져 있다가, 이걸 소리내어 입밖으로 정의하는 순간 실체가 되어버린다. 분명 존재하던 감정인데, 메타인지로 구체화를 해야 내가 이런 상태임을 알아채는 것이다.


아주 적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나이 30대 가운데에.

부쩍 눈물도 많아지고, 지금 이 순간이 살며 지나고 나면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일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매일이 아쉽다. 지나고 나서 깨달아야 할텐데 이걸 지나는 동시에 자각을 하려니, 이 시간들을잘 써야겠다는 마음보다 아쉬움과 초조함이 더 커져서 되려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썩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오늘 내가 꽂힌 "봄날" 가사의 뒷 이야기를 알고나니.


지나간 시간 속에 다시 올 봄날까지 기다려주었음 하는 사람이 내게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 SNS에 그 친구의 가볍게 보고 넘기면 안될 경사를 확인하고 몇 년 만에 처음 연락을 해본다. 애틋하다. 이제는 서로가 너무도 달라져서, 연락을 안하는게 배려가 아닐까 할 만큼 존중해야할 각자의 생활이 커져서. 축하에도 용기가 필요한 사이가 된 것이. 한때는 그 친구가 나의 가장 큰 삶의 일부였던 시절을 회상하니 이 모든 것이 애틋하고 애틋하다.


우리 한번 보자 한다. 그 때의 넷이 모여보자 하는 그 친구의 말에 나는 "우리가 모이지 못해도 꿈같고, 모이는 것도 꿈같겠다."라고 답했다. 누군가의 큰 경사에도, 우연이 몇 번 더 겹쳐야 넷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을까. 그때의 우리는 불과 10여년 안에 이렇게 각자의 삶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려, 안부 인사가 무례한 일은 아닐지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오리라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열살 꼬마이던, 또 열여덟 소년소녀이던 우리는 그 순간이 얼마나 반짝반짝한지 모르고 하루 하루를 보냈구나. 물론 알았더라도 달라지는건 없었을테지만, 그저 해맑던 그 시절의 우리가 이제 정말 꿈만 같다.


이 겨울이 끝이 나도, 벚꽃이 피어도 사실 그 시절을 그대로 불러올수 없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시간을 품고도 울적하지 않으려면 또 몇 살을 더 먹어야할까? 오늘 유독, '봄날'의 가사가 아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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