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만 괜찮지는 않아요
열세살반 된 우리집 고양이가
어제 생전 처음 전신경련을 일으켰대요.
10초정도 짧았고,
기운은 빠졌어도 밥먹고 간식먹고 물마시고
반나절만에 평소대로 돌아왔다고 해요.
친정부모님이 제가 결혼하며 데려가겠다는걸
자식들 다 나가고 적적하시다고 두고가라셔서
요즘은 늘 고양이 보는 재미로 두분 지내셨거든요.
아버지가 늘 고양이와 함께 주무시는데
너무 많이 놀라신 모양이에요. 그런 모습을 처음 보셨을테니까요.
열세살반이면 이제 언제라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워낙 건강하고 팔팔한 고양이었어서 그런가
부모님부터 저희 남매 모두 꽤 충격을 크게 받았어요.
그래도 할수있는 한 부족함 없이 다 해주려 애썼고
큰 스트레스 없이 응석받이 막내로
넓은 집 이리저리 뛰고 구르고
캣타워에 냉장고에 장롱에 못오르는데가 없었고
매일을 통창 뷰 보면서 햇볕보고 낮잠자던 외동이라
어느 날 갑자기 떠나더라도
그립고 보고 싶고 섭섭하겠지만,
못 해줘서 미안하고 원통하고 사무치고 그럴 것 같진 않다고,
늘 그랬던것 처럼, 지금처럼
정말 영영 떠나갈때까지 최선을 다 해주자고
너무 슬프게 보내면 워낙 개구지고 밝던 우리 고양이 가는 길이
낯설거라고 넷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오늘은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고양이도 어제를 기점으로 기력이 확 줄긴 했어도
때되면 간식달라 문열라 어서와라 따라오라
소리지르고 반기는것도 그대로래요.
저는 오늘 쉬는 시간 짬짬이
가장 가까운 동물장례식장을 찾아두고,
고양이 치매에 좋다는 항산화제 영양제도 부랴부랴 주문하고,
원래 잘 먹던 간식도 잔뜩 주문을 했어요.
혹시나, 안그러리라 믿지만,
주문한걸 다 못 먹고 헤어지는건 아닐까 생각하면서요.
온 가족이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을 뿐,
일상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마음은 여전히 그래요. 그래요.
아이들이 예쁜짓을 하고,
선생님이 칭찬해줬다고 팔짝팔짝 뛰는 모습을 보는데도
눈물이나요.
하루키의 소설 문체처럼 죽음이 삶의 일부라 덤덤하게 서술할 수 있기를.
살아있는 모든 것이 죽기 마련이고, 나 역시 암으로 죽는 줄 알았던 때가 있었는걸요.
그런데, 그걸 다 아는데 그래도
오늘은 문득
죽어 떠나는자와 살아 보내는자 중에
누구의 슬픔이 더 클지 궁금해져요.
봄햇살이 따뜻하고 참 좋습니다.
이 세상 모든 이의 인연이
한없이 깊더라도 적당히 무거워
보내는 마음이 너무 아프지는 않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