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현재시제가 있는 설날 오후
성인 두 딸이라고 불러야 한다. 꼭 ‘다 큰 성인.’ 그리고 나이 지긋한 엄마, 아버지.
눈오리집게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밤가시공원에서 눈똥, 눈곰, 눈꼬맹이, 뭔지 모를 하나의 형상을 눈집게로 만들며 논다.
아버지는 눈똥을 능숙하게, 성인인 두 딸은 각기 70%만 완성하는 눈곰, 눈꼬맹이를. 엄마는 뭔지 모를 형상을 화단 턱에 만들어 늘어놓는다.
저게 뭔가요. 나는 엄마가 아닌 딸에게 물어보았다. 엄마는 분명 모를 것 같아서. 왜냐하면 가장 흥이 없이 기계적으로 집게를 작동하고 있었으니까. 웃으면서 딸이 대답한다. 저건 ‘몰랑이’라는 캐릭터예요. 그러면서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도 몰랐지.
설날 오후를 이렇게 낙락거리며 노는 게 부러워 나는 그네에 앉아, 때로는 머리 없는 눈꼬맹이를, 때로는 몸통이 살짝 부족한 눈곰을, 몰랑이를 지켜보았다.
가장 잘 되는 게 똥이네. 그럼 아빠, 나랑 바꿔 해보자. 몰랑이 머리 위에 점처럼 뽀옥 올라온 것은 뭘까?
화단 턱에 쪼르르 올려놓은 것이, 그 설날 오후가 그 한나절이 오래도록 녹지 않고 거기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좋겠는다’라는 이상한 미래현재시제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런데 참 웃기지. 그 중 가장 흥이 없이 눈집게를 놀리던 엄마가 내 말에 반응해 준다. 즉각적으로 재빠르게. 맞아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건너편 인생사진관에 이 눈놀이 사진이 진열장에 걸린다. 걸렸으면 좋겠다. 아무도 찍지 못했으나, 거기 진열장 사진집게가 꽉 물고 있는. ‘걸리겠다’라는 미래가 아닌 ‘걸리겠는다’라는 아름다운 미래현재시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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