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에서 ‘ㅇ’

이문숙#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

by 시인 이문숙

빨간 스쿠터에 실려가는

15kg 설탕

푸대


혼자

사락사락한다


부릉대는 소리 '부릉'에서

‘ㅇ'이 떨어진다.


기름이 떨어졌나

저도 모르게 조바심 입고

뒤따라갈 때


호적을 팔 테면 파

다음 세상에서는

안 만나고 싶어

더 이상 잃을 것두 없잖아


마대 밀폐 포장

사락사락


빨간 스쿠터 타지는 않고

질질 끌고 갈 때


지금 제 정신 맞아

여기는 밤이야 밤이라구

자야 내일 뭐라두 한다구

전화 끊어


'ㅇ' 떨어져 나간

‘부릉'처럼


시침과 분침은 만났다가

떨어지고


굳은 설탕은

뾰족한 포크로 바수거나

스푼으로 섞어야


희고 고운 입자로

돌아와


‘ㅇ’은

용서라는 말의 역광

같아


아마도 스쿠터가

흘린 검은 기름


밤 속의 낮

제 앞으로 넘어진

그림자를 스스로가

밟는


*응시, photo by 이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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