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눈물을 주세요

이문숙#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

by 시인 이문숙

세계에서

야경 가장 아름답다는

현수교


그걸 쏙 빼닮은

격자 무늬 혈관


푸른 홍채

거대한 안구


야간 진료실에

걸려 있다


모형 칸칸

빛들의 분만실


두루뭉술한

윤곽

당신 체류는

허용되지 않는다


도망치듯 밀항선을 타고 떠난

이국의 먼 땅에서

우리를 맞이해주는

명료한 친선대사


그 나라에는 태양의 눈물이라 불리는

다이아몬드가

있다


조명 폭발하는 진료실

모형안구에서


안구 뻑뻑하면

세기의 눈꺼풀 뒤집어

잘 넣고 깜박거려 주세요


더없이 외로운 왕따에게

모형 친구

다른 사람과 결혼해 버린 연인 대신

인공 여자

더 없이 감쪽 같은 모조 눈의

조각


비스듬 진료 의자에 누워

앙팔 양다리 휘저어

그 궤적으로 만든

천사


무미 건조해

깜박댈 때마다


진료실

모형안구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잘 절삭된

태양의 눈물


화염에 휩싸여

수장된 배가 흘리는

검은 눈물처럼


푸른 홍채

눈동자의 누수


몇 개 태양이

동시에 뜨기도 하는


다 떠난

눈꺼풀 속의 집


쌀벌레가 날아다니고

개수대에 엎어진 식기의 마른 얼룩

배수구에 피어난

발광 버섯


각막에서

새빨간 화약

불똥 튀어올라도

꺼줄 소화기도

없는


여기

뻑뻑한 안구에

인공눈물이라도

처방해 주세요


*눈물방울무희, photo by 이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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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yfor이태원#인공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