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이문숙 Sep 18. 2024

달 사냥꾼

-슈가풋

축이란 걸 느껴본 적 없다

뒷축 무너진 신발은 본 적 있지만


축은 고정되어 있지 않은데

고정된 것 같다


9월인데 황매화가 피었네

아스피린처럼 노랗게


오른쪽 발가락으로 허공을 부드럽게

움켜쥐며


육교 너머 너무 환하지도 넉넉하지도

밝지도 않은 달이 떠오른다


상체를 축으로

방향을 돌리며


투닥대며 가던 엄마와 딸이

4월의 황매를 가로지른다


이건 100배 줌이 가능해

저 달을 당겨올 수 있어


딸이 찰칵대며 연속촬영을 한다

그 중 몇 장을 골라 엄마에게 보여준다


내가 달 사냥꾼이 되었네

그러네 너 달 사냥꾼 맞아


달은 거의 볼 수 없다

구름 속에 있는데

어쩌다 한차례 쳐올랐다


딸이 축이 되었다

엄마가 빙글 돌았다

그들의 *슈가 풋sugar foot


오른발을 옮겨 뒷축으로 바닥을 찍으며

고정된 왼쪽 발을 가로질러


4월 황매가 다시 왔다

아스피린처럼 노랗게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바밤바 같은 거


우리 기념으로

달 사진도 건졌잖아


9월이 4월로 돌아가는데

언제 투닥되었는지

팔짱을 끼고 저쪽 상가쪽으로 간다


다담꼬마트는 폐업을 했다

빈 점포에는

아이스크림 무인매장이 들어섰다


작은 바구니가

포개져 있다


마트 앞 버려진 양파망 속에 양파가

달처럼 파란 싹 하나를

올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번 달은 구름 밖으로

나왔다


슈가풋처럼

허공을 옮겨갔다


달이 화농한

뾰루지 같았다


*쉘위댄시shall we dan詩, 연작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써야지. 춤추듯 시詩 한 켤레를. 토슈즈 없는

맨발로 발바닥이 벗겨지고 발가락이  떨어지도록.


#쉘위댄스#기후행동#슈가풋#폭염

작가의 이전글 이산가족의 날을 아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