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헤르 그리고 밤의서점

-여자들의 글, 책, 서점

by 시인 이문숙

내 입 속에서 맑은 독니 하나 돋았으면. 김승희 시인의 ‘토마토 어금니’를 물고.


Mujer. 마드리드 메이오르 광장 골목. 서점 ‘무헤르.’ 여자들이 쓴 책들만 전시되어 있다. 서점 ‘여자’, 맑은 독니로 집필한 여자들의 책.


다음 번 에세이집은 여자가 기대고 있는 노란 쿠션 에그쉘eggshell 표지에 위의 존 윌리엄 고드워드 그림을 쓰고 싶다. 국내외 ‘여성’ 작가들을 다루는 독서모음집이다. 번외 편으로 여성을 존귀해 하는 몇 남성 작가두 넣을 지도.


부제는 Dolce Far Niente. 달콤한 게으름. 밤은 좋은 베개야. 제목 <수선繡扇, 수선水仙, 수선垂線>. 부채, 물그림자. 수직선. 글은 브런치에 다 저장되어 있다.


그렇다. 서점 무헤르. 무헤르는 여자들의 책만 전시하고 판매하는 책방이다. 사실 이곳은 여대 후문 거리다. 과 점퍼를 입고 여학생들이 왔다 갔다 한다.


이전에 금란수퍼 자리였다는 밤의 서점. 그곳에도 앤 카슨, 루이즈 글릭 같은 여성 시만 탐닉하고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


치약, 참치캔, 오뚜기참기름, 오이비누, 개성김치만두가 놓였던 매대에 책들이 나란히 놓인 상상을 하면 밤의 서점이 더 야릇하고 호리호리한 공간이 된다.


밤의 서점에 작고 어여쁜 독서록 ‘장미, 장미, 장미’가 꽃상추, 세제, 꽈리고추, 유동골뱅이캔, 설향딸기 옆에 놓여있다. 그렇게 그려보면 된다.


친구로부터 밤의 서점은 포장 하나에도 진심이라는 전갈이 온다. 전갈이라니. 사막의 독 뿜는 전갈은 아니겠지. 좋아하는 낙지내장젓갈과 같은 종의 ‘갈’자 돌림. 콤콤하고 잘 삭은 빛깔의 전갈이렷다.


포장이 그렇다면 내용물은 어떠냐고. 책 읽기 싫다면 책을 세워 거실에 놔두기만 해도 된다. 표지 그림이 너무 좋아서. 전면의 두 여자와 아스라이 보이는 후면 또 하나의 여자가 아름다워서.


#밤의서점. #이문숙시인 #장미, 장미, 장미 #교보보다밤의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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