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 안 듣기로

-김민정 ‘말이나 말지’, 김민정의 680자,2012

by 시인 이문숙

성심당 튀김소보로. 기름끼 잔뜩. 난 이런 거 안 좋아해. 냉동실에서 꺼내온.


왜 민쟁 책 읽으며 생각났을까. 튀김소보로에 단팥까지. 되도록이면 당일 먹으라. 그렇잖으면 바로 냉동실.


파삭은 소보로이지. 너 나쁜놈 참 고소하다 할 때는 튀김이지. 촉촉 눈시울은 수분이지. 역귀란 놈 쌩 내쫓는 건 붉은팥이지. 이런 파삭고소촉촉쌩. 그런 성심이 책에 다 들어있으니.


반드시 당일에. 부득이하게 보관시 냉동. 전자렌지 돌리면 안돼. 수분 빠져. 에어프라이어 상온 보관시 180도 5분. 냉동 보관시 180도 10분. 이 180도에 끌려서.


이 책은 ‘남의 말 안 듣기로 소문난’ 민정이니까. ‘말이나 말지’ 남의 말 아닌 ‘제 말’만 잔뜩 지껄여 늘어놨네. 이 제 말이 뛰면서 발굽에는 ‘하이힐 폭탄’ 장착하고. 와, 이게 너무 부럽다. 180도로 확 전환하게 해.


남의 말 안 들으니까 ‘어린이날 민물매운탕’ 먹으러 가는 대깨어른들 180도로 꺼꾸러뜨리고. 남의 말 안 들으니 제 말에만 보록보록 뽀연 살 올리고. 남의 말 안 들으니 180도 다른 각도. 180도 뒤집어 꽂아내린 ‘물텀벙이’로 텀벙대고. 장화에 ‘수국’ 꽂아 기우제하고. 유모차에 손주. 아기 인형, 강아지괭이토끼 같은 거 안 싣고 ‘가야금’ 싣고 다니는 할머니 꿈 고양하구.


난 실제로 아기인형 포대기에 들처업고 다니는 여자. 그 여자 포대기 풀러 유모차 없으니 꽃장식 시장 카트에 태우고 어루는 여자 보고 운 적 있어.


그 여자 소싯적 피혈 한 가마니 쏟아 낳은 아기 뺏기고. 늘 아가 우리 아가 금동이니 옥둥이니. 저기 우리 동네에서 가장 어여쁜 여자 온다. 잠 안 오면 손톱에 빨강 메니큐어를 지웠다 칠하고 칠했다 벗겨낸다는. 난 그 여자 손톱 보면 고깝기보다 스르르 떨려. 180도로 뒤집어지며 떨려.


이 180도가 이 책엔 있어. 아버지가 엄마가 조카가 친구들이 사회정치파리꾼보다 더 고귀하게 떨려. 180도로 뒤집어지다 떨려. 180도의 하이힐폭탄 던지기.


펼친 목차에는 12월이 없어. 오늘 ‘680’자가 궁금해서 펼쳤다가. 말이나 말지 기대와 달리 12월이 없어. 결국 읽는 네가 채우라는 계략일까. 12월은 입을 꼭 다무는 게 나으니까. 남의 말두 내 말두 다물고. ‘살찐 망아지의 살’이 잘 오른 건가 못 오른 건가 살펴야 하는 12월이니까.


그렇다구 차근차근 읽긴 싫어. 먼저 내게 특별한 날 골라 읽어보니 2012년 아득한 그날이 ‘물텀벙이’처럼 텀벙거리며 와. 책장에서 그때의 일기를 꺼내서 책의 날들과 맞춰 펼쳐보게 해. 나 이날 이렇게 보냈구나. ‘시의적절’이라고 하기엔 밝은 건방이네.


그때가 훅 들어왔어. 황현산 선생님 모임. 처음 보는데 대뜸 나 보고 아웅산 수치 닮았어요. 민망해 하는 나에게 겸연쩍이 저는 테레사 메이 닮았대요. 그래, 그 장엄 나라엔 외로움 장관Loneliness minister 있다는데. 민정 시인은 말 장관 해. 말이나 말지 쓸데없는 말 지껄이는 사람들에게 말 ‘똑바로’ 하시오. ‘금박 총채’ 머리. 말 장관 아니 말 총리 해. 검은 갓 검은 도포 말 저승사자grim reaper도 어울려.


비쩍 마른 광대뼈 수치 닮은 나. 나를 180도 내다꽂으면 이렇게 팔딱팔딱할까. 남의 말 안 들으니 제 말만 있어서. 깊고 웃기고 따박따박 귀여운 응징을 해.


옛날 애들 가르칠 때 영상물 ‘180도 사고 전환법’ 보여줬다가. 된통 애들에게 당한 적 있어. 어느날 나 보고 곰숙 곰숙 외치던 애들. 그때는 곰이 패딩턴처럼 귀여운 거 아니고 미련곰탱이 대명사. 왜 내가 곰숙이야 발끈하자 애들이 ‘문’을 180도 회전시키면 곰이라구 호호깔깔. 아, 그래 좋다 좋아. 이제부터 나 곰숙이야.


그때부터 교실에 자는 애 줄어들고 책상 삼팔선에 붙여놓은 급식메뉴표에 내가 판서해준 시 끄저끄적 적어놓고. 180도로 사고를 전환하니 머리가 이리 ‘파삭고소촉촉쌩’이로구나.


빨간 목젖 하품 대신 빨간 목구멍 벌려 오늘 야외수업으로 백일장해요. 마라맛제육볶음 벌건 입술에 립글로스 바르고 곰돌이 분홍담요 들쓰고. 자던 애들이 와글대고 텀벙거리고.


‘후배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핸드백 약속’. 말이나 말지. 이 말에는 ‘못질 쾅쾅’. 이런 재빠른 자기 챙기기는 복서네. 복서. 복서가 복수는 아니겠지만.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라는 말도 있잖아.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가 뱀머리를 풀고 울 일이야.


김혜순 시인이 혈액 속 철분으로 다리도 짓고 미술관 된 고문실도 지을 때. 민정 시인은 이 ‘철없음’으로 무얼 지을꼬. 이렇게 융숭하고 애살스런 철없음을 좀 나눠달라구. 그 즉흥성. 임프로impromptu. 파삭고소촉촉쌩. 하이힐폭탄은 호신용으로 시판하면 좋을 것 같아.


여행이고 행여이고 읽지도 않은 두꺼운 책 한 권 들고 카페에 가 앉았는데 쪼글쪼글 할머니가 내게 껌 한 통을 내미셨다. 커피만 마시면 입 텁텁해. 그나저나 아까운 커피는 왜 남기고 그런담. 옆 테이블 커피잔을 ‘홀랑’ 비워버린 할머니. 자리 주인이 화장실 간 걸 알랑가 모를랑가 상관없이 ‘유유히’ 자리를 뜬 할머니. 아 산다는 건 왜 이리 짠 거냐고-김민정 ‘말이나 말지’, 10.20 ‘닥치고 살아’


‘홀랑과 유유히’. 그 자발과 즉흥이 짜네, 참 죽자사자 짜네. 죽자사자는 사자두 아닌데 왜 포효하냐구. 눈물은 왜 쌉살쓰거나 달달 안하고 짭조롬하냐구. 여행보다 행여가, 왜 그 당치 않은 행여가 행려라 들리냐구. 왜 행려.


*김민정 시인의 말투를 좀 따라쟁이했다.


* 성심당에서 성심이라는 말 빌려왔다. 다음날 이런 뉴스가 왔다. 와, 이런 우연의 일치serendipity.


교황 레오 14세가 성심당에 창립 70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성심당이 ‘모두를 위한 경제' 모델, 형제애와 가난한 이와 연대를 실천walk the walk했기 때문이다.


찐빵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은 하루 찐빵 300개 만들면 100개는 배고픈 이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지금도 매일 판매하고 남은 빵을 지역 복지관 등에 보낸다. -2026.1.01 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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