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가 폭도라구요
매해 ‘oxford word’에 주목한다. 손가락에 파스 붙이고 매일 쪽파 까는 80대 할머니 정신으로. ‘Rage bait’. 분노 미끼. 물건 팔기 위해 일부러 관심 끌려고 분노를 유발한다. 넌 이거 없지. 살 능력 안 되는 것들이 기웃거리긴. 꺼져. 꺼지라구.
쪽파는 최첨단 유행이다. 쪽파 is all the rage. 겨울에는 비싸서 분노 일으킨다. 분노에 휩싸이다가 결국 구입하고 만다.
재작년의 말은 ‘brain rot’. 점점 농익어 완숙해가는 ‘ripen’ 아니고 썩어뭉개지는 ‘rot’.
요양원에서 80대 노수녀들이 탈출한다. 자신들이 평생 기거하던 수도원 문을 따고 침입한다. 항상 동네에서 몰래 도와주는 열쇠공은 있게 마련이다.
‘Octogenarian’의 ‘octo’. 80대인데도 요양원에서 자신들의 수도원 복귀를 sns한다.
수도원장은 이들 수녀들을 폭도 ‘rebel’이라 규정한다. 전기와 수도 공급을 끊기까지 한다. 여기 그 수녀들이 가르쳤던 학생들이 동조해 물을 가져다 준다. 전기를 발전시켜준다. 82, 86, 88세. 셋이라면 80대이어도 못할 게 없다.
수도원장이 마침내 조건부 제안을 건다. 일종의 ‘분노 미끼’. sns 알릴 권리 금지. 평생 복무한 수도원의 현재를 공포할 권리 금지.
노수녀님들은 ‘썩지rot’ 않고 ‘농익어 ripen’ 간다는 걸 인정하라. 그들이 평생 몸담았던 수도원의 작은 침대에서 농익어 떨어지기를 보장하라.
명동에서 80대 노수녀님 손 잡고 가는 어린 수녀님 본다. 그들이 같이 부르는 낮고 야트막한 콧노래 듣는다. 오늘은 나에게Hodie Mihi. 내일은 너에게Cras Tibi.
어린 수녀님이 사탕 껍질 벗겨 노수녀님 마른 입 속에 넣어준다. 수박사탕이다. 그 수박에서 오이 향이 날 것 같아. 이북에는 수박 껍질 채 썰어 만든 냉면이 있다는데. 노수녀님 고향이 함흥하고도 먼 안변이라는데. 옥스포드 사전이 선정하는 그해의 말들은 생트 콜롱브의 ‘음악’ 같다. 약간 아프고 시큰해.
음악은 충치 위 살짝 올려놓은 각설탕 부서진 조각이다.
-파스칼 키냐르, ‘음악 수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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