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는 왜 봄에 하나요
1.
아파트 전지 작업. 9동 앞 청매화 나무. 베어져 넘어져 있다. 몇 가지 데려온다. 아침 보니 망울 벌어진다. 향내 온다. 조경업자 말 따르면, 나무에게 전지는 생장에 꼭 필요한 거라지만. 마음은 그게 아냐. 저 많은 망울들 저렇게 나뒹굴면서도 자기가 베어진 거 몰라. 하나 둘 벌어진다. 아직도 파란 수액 출렁이는데.
2.
어느 봄, 청제비꽃 똑똑 따는 여자 정발산 산길에서 봤다. 왜 한창인 꽃 따나. 그 여자 내게 말했다. 꽃이 너무 많으면 솎아줘야 한다고. 그래야 식물 더 건강해진다고. 그 여자 나를 자기 집에 초대했다. 식물학자 못지 않다. 온집이 풀숲이다. 그 청제비꽃 덖어 꽃차 만든다. 사람들 부르고 차 대접한다. 유리병마다 덖은 꽃들. 심지어 황생냉이까지. 댕강 잘라내는 나무 전지를 그 미숙씨 마음으로 살피지만. 그냥 야속한 봄. 전지는 왜 저렇게 망울 많이 맺혔을 때 꼭 삼월에 해야 하나. 그게 나무의 숙명일까. 아니면 인간계의 일일까.
3. 매화는 매실을 잃었지만
새벽같이 일어난다. 청매화 잘린 가지 수거해 버려지기 전. 파란 물통에 담는다. 버티맘 흙님 티타임 초평도님 이웃들과 나누려고. 지나가던 사람 묻는다. 꽃꽂이 하시려구요. 저두 너무 안스러워 어제 가져다 집에 꽂아두었어요. 꽃 하나 둘 벌어져요. 모든 잃어버린다는 거. 슬픈 마음 매한가지야. 그래 마찬가지야. 매화가 매실 못 맺는 마음이야.
3-1
띵 사진 날아온다. 멀리 가신 시부모님 사진 앞에 두니 새록새록해요. 버티맘, 버티라는 옥색 눈동자 고양이 엄마다. 시부모와 마당 살던 옛 녹번동 집 그리워요.
그집 베란다엔 커피 나무 있다. 남편은 모든 먹고 난 과일 씨앗 심는다.
띵 또 날라온다. 옹기에 담으니 잘 어울려요. 연숙씨 직접 담은 고추장. 락앤락 한 통 줘 아껴 2년째 먹고 있다. 매화 가지 제주 무 튼실해 담았다는 석박지 데리고 왔다. 피나노 샘 연숙씨 기른 제라늄과 왔다. 띵 잘린 매화 가지가 여러 가지 데려왔다.
4.
2주 정도 단지내에서 잘려나가는 나무들 비명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저도 꽃이 터지려는 가지들 가져다 물에 꽂아 놓고 있는데 그것도 슬퍼보여요. 풍성하게 꽃피웠던 목련이 기둥 아래쪽만 몇송이가 피었어요. 가득이나 더워지는 기후에 나무없는 여름을 어찌 견디려는지 모르겠어요.
-아파트 이웃 미화씨로부터
5.
저도 비명 소리 들었습니다. ((그 즈음 화재로 떠난 분들 일 겹쳐 슬픔이 배가되더라구요)) 잃는다는 게 뭘까.
9동 매화 전지할 때는 매화 가지 데려가라고 주차장에 놔두고요. 주민들 몇사람이 꽃 피울 동안 관리소에 치우지 말라고 요청했습니다.
주방 창으로 보면 퇴근하던 사람들. 하원하는 꼬마들. 몇 가지씩 안고 가구요. 남자들도 꽤 있었어요. 그날 집집마다 매화가 조금씩 피었겠지요.
각각 다른 집에 가 다른 꽃병 다른 모습으로 꽂힌 가지들. 그나마 그게 작은 위로가 되었어요.
매화가 산목련이 벚이 산딸나무가. 우리에게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색다른 애도의 한 방식을 가르쳐 주는구나, 그러면서요.
또 미화씨 아파트 식물 관찰하는 모습 곧 ‘목격하고’ 싶어요. 또 뭐 봐요. 또 뭐 발견했어요.
미화씨 오늘은 또 발견했어요.
-미화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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