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록 호롱 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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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 엄마. 기부스 했다. 그러고도 패트병 물 담아 이 정원석. 우묵한 데 매일 채워놓는다.
새들 목마른 새들 포롱 와서 마신다. 가끔 새들 욕조도 된다. 부리. 우리로 치면 입술. 깨끗이 씻는다. 날개죽지. 우리로 치면 두 팔. 빡빡 닦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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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원 여성 전용 유화사우나 뒷편. 청아한 새들의 악보가 펼쳐진다. 검은지바뀌 직박구리 까마귀 멧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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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직박구리 같은 톱니 문양 털. 부족장 투구. 푸른 긴꼬리 연미복. 해달별 나란히 만든 오묘한 빛. 암컷은 갈빛. 위장 칼라. 호이 호이 호로롱. 유난히 흰자작나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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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산 아래 햇살로 단독주택 단지. 자칭 비버리힐즈. 사람두 비싸 못 먹는데. 델몬트 왕 오렌지 왕 부사 사과. 자홍안개나무에 매달아논 집. 여기에도 놀러온다. 콱콱 쫘먹는다. 호이 호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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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직박구리인 줄 알았어요. 아니더라구요. 푸른 긴꼬리. 푸른 눈테 안경. 찾아보니 긴꼬리딱새더라구요. 엄청 날래요. 누가 해칠까봐. 두리번대며 먹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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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들 많아요. 겨울엔 새 굶주려 아사할까봐요. 저기 정발산에요. 잣솔방울 사이 버터 바르고. 사실은 돼지비계 기름 좋은데. 구하기 힘들어서요.
버터에 아몬드 호두 견과류 박아서요. 잣솔 나무마다 걸어놔요.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같아요. 굶주린 새들 와서 이거 쫘 먹구 겨울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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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 엄마, 기부스한 한 손은 흰강아지 모찌. 다른 한 손은 물 한 병. 사실 꼬부라진 독거 노인이다. 몇걸음 걷고 쉬엄쉬엄. 아령보다 무거운 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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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점에서 맞춘 마이. 입을 게 없어 입었수. 아이쿠, 역시 깃털. 깃털이다. 분홍 인면조. 페이즐리 문양. 할머니 새 같아요.
호이 호이 지팡이 긴꼬리딱새. 새꼬리 닮았어요. 영감이 쓰던 거야. 죽은 영감이 내 다리 되어줘. 만나면 윗도리 내 줄게. 벗어줄게.
할머니 살짝 옆모습만 찍을게요. 손사래하다 단정히 고쳐 앉는다. 호로록 호롱 호이 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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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꼬리딱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0호다. 여름철새로 5월에 주로 산란한다. 일명 삼광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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