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숙#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
와인 잔에는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피
네 가장 부드러운 살갗으로 빚은 뇨끼
올해 디너파티에는
냉담천사의
레이스 달린 긴 손장갑을 끼고
앙트레로 이걸 먼저 준비해뒀어요
너무 침잠하면 성대 결절로 목소리를 잃을 지 모르니
살짝 맛만 보세요
고작 발가락 양말 같은 핑거 푸드예요
(메뉴 앙트레)
우월허영외면탄식과시질투가식
과장비난권태
(한 가지만 선택하시오)
질식사하지 않게 꽃상추로 싸서 드세요
초식동물처럼 야들야들하게 목도리로
두르시던가
은식기에 담긴 눈동자
연골접시에 놓인 혓바닥
자화자찬에 산 채 절여진
졸참새 요리처럼
알콜 램프가
이 순간을 식지 않게
보존하죠
장식적 수사는 금물이어요
물방울 똑똑 지는 얼음 조각 인어 상
눈에는 흰 냅킨을
감고요
유리 테이블 위로
천사들의 현란한 피겨 스케이팅
닳고 단 방석 위
공작 자수 날개가 푸르락파르락하는 밤.
우울과 조증.
조증과 우울로 짠 목젖보다 빨간 목 폴라를
머리 끝까지 올리고
저마다 제 말에 익사해
쩌억쩍 벌어지는 호수에 실족을
기다리는 밤
선물 보따리 멘 산타클로스
빠져나오지 못하는 비좁은 굴뚝
킬킬대는숯검댕이 덮힌
축복의 밤
인어들이 세신사에게 꼬리를 맡기고
지느러미를 씻는
밤의 벌렁대는 아가미 밤의 지느러미 밤의 머리칼 밤의 욕조거품 밤의 코르셋 밤의 그물 스타킹
냉담 천사처럼
빙판에 꽈당 넘어졌다
다음 스텝을 까먹은 피겨 선수처럼
말의 가랑이를 쪽 찢는
거룩하고 갸륵한
밤하늘에 스케이트 날 자국
xxxx표로
가득한
발가락 양말이 핑거 푸드 같은
밤
*공작, photo by 이문숙
#아르코창작기금#시#연말#12월이없으면#송년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수혜자의무연재,11월18일까지30편. 지켜봐주세요. 매일2편씩15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