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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성과 알타이르 Altair

-파스칼 키냐르의 '혀끝을 맴도는 이름

by 시인 이문숙

바르셀로나에서 한 동양의 여자를 이끌어 주던, '알타이르Altair'라는 옛서점. 서점 직원은 이 별이 아랍에서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별이라고 했다.

일명 '날으는 독수리.' 선원들의 좌표가 되는 아주 밝은 휘성 중 하나. 그러나 우리에게는 '알타이르Altair'는 음울한 견우성.

어김없이 비가 투둑거리다 혼절한다. 일 년 일만 년 일억 광년 만나지 못하고 떨어져 있어야 하는 궁벽한 사랑의 직조.

파스칼 키냐르의 '​혀끝을 맴도는 이름' 중, 첫번째 이야기 '아이슬란드의 혹한'에도 이런 사랑이 나온다. 재봉사 죈느와 수놓는 여자 콜브륀. 그리고 우리의 견우와 직녀.

사랑은 얼마나 많은 '엘'-노르망디에서는 지옥을 엘이라 부른다네-을 거쳐야 하나. 얼마나 냉랭한 혹한을 견뎌야 하는가.

어쨌든 비를 맞으니 좋다. 비의 막간에서도 빛나는 나의 'Altair알타이르.' 나의 휘성. 나의 '엘.'

결국 혀끝을 맴돌던 이름은 '아이드비크 드 엘. 엘엘엘엘엘, 소스라치는 험난하고 복잡한 엘, 지옥이라고 부르기도 혀가 굳는 것.’ 콜브륀이여, 이 지옥을 색색 실로 수 놓아 주세요.


* Ramon Casas y Carbo

#사랑#우울#지옥#견우직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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