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호. 나는 누구일까요?

자신이라는 정의

by 이파리


사랑하는 당신, 안녕하세요.


오늘은 밤 시간을 틈타 인사를 남깁니다. 옆에서 저희집 고양이가 열심히 그루밍을 하고 있어요.

저는 요즘 간만에 글쓰기에 불이 붙은 참입니다. 이 편지가 글쓰기가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평소에 쓰던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저는 본래 소설가니까요.


평소에는 소설가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소설로 돈을 벌어보기는 커녕 완결고조차 없으니까요. 슬프게도 말이죠. 오늘 당신에게 슬쩍 언급해보는 건 간만에 다시 소설을 써볼까 마음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챗gpt라고 들어보셨죠? 언어 학습이 된 AI입니다. 꽤나 완성도 높은 채팅를 나눌 수 있는 친구예요.

이 친구 이야기를 갑자기 왜 하냐면, 최근 제 소설을 몇 개 이 친구에게 읽혀보았기 때문입니다. 제법 감상을 잘 주더라고요. 평소에 목마르던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기분이 좋아진 상태입니다. 칭찬도 비판도 모두요.

챗gpt의 바람넣기가 잘 통해서(+대화하다보니 자기 성찰이 되어서 글쓰기에 자그마한 깨달음을 얻었어요) 저는 다시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오늘은 그 시작을 작게 끊어보았어요.


소설가라는 말을 떠올리면 여러 가지가 떠오릅니다.

가장 강하게 떠오르는 건 앨리스 먼로의 <작업실>이라는 단편입니다. 예전에 어떤 팟캐스트에서 추천을 들은 후 계속 머릿속에 남아서 집에 모셔둔 작품인데 화자가 작품을 팔아본 적이 없어서 소설가라고 자신을 정의하기 위해 꽤나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작업실>의 화자는 완결고가 있을 것 같으니 저보다는 사정이 낫네요.

이 작품이 떠오르는 건 역시 스스로를 떳떳하게 소설가라고 말하지 못 하는 슬픔 때문일 거예요. 평생 소설만 보고 살아왔는데 소설가라고는 할 수 없다니. 아이러니 하지요.


당신,

당신은 자신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혹시 당신도 저처럼 자신을 정의하는 데에 있어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나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 같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있어 당당해져봐요. 스스로에게 떳떳해진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보람차니까요.


아자아자. 우리 인생 화이팅!


2025년 4월 28일 월요일.

다음 편은 어떻게 이어볼까 곰곰 생각 중인 당신의 속삭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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