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호. 자신을 증명한다는 것

인간과 인간의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by 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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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에게.


안녕하세요, 당신. 저는 이번주 조금 지친 느낌이에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백지를 두고 며칠을 방치했네요. 당신을 떠올리며 편지를 쓰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어쩌면 정신과 약이 바뀐 것 때문인지도 몰라요. 제가 연락 중독인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약을 바꿔 받았거든요.


당신. 당신은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가고 계신가요? 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자신의 쓸모를 타인에게 입증해야한다고 생각해왔어요. 유능해져야한다거나 대단한 기여를 하기 바라는 건 아니에요. 단지 정말 필요한 순간에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이걸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기억이 났지요.


문제는 거기서 끝나면 괜찮은데 그게 강박으로 이어졌다는 점이에요. 저는 연락을 제때 받아야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꼭 답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제때 소식을 듣고 기억해둬야한다는 압박감 같은 게 제 마음에 있는 거죠. 그래서 휴대폰에서 손을 놓고 있질 못 해요. 항상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늘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필요하죠. 이런 걸 불안정 애착이라고 하던가요. 저는 저도 모르게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하는 삶을 살고 있었나봐요.


곰곰히 생각하고 이걸 깨닫고 나니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긴 했지만, 역시 습관은 어쩔 수 없네요. 알림은 조금 덜 볼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휴대폰을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어요. 당신은 어때요?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도 할 수 있는 휴대폰 중독의 원인, 당신 속에서는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물론 저도 저게 전부는 아닐테고 안다고 해서 그렇게 쓸모있는 정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재밌잖아요. 같이 생각해봐요.


2025년 4월 23일 수요일,

손가락이 얼어가는 차가운 새벽 당신을 사랑하는 속삭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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