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
저번 편지에서 장마가 온다고 썼는데 정작 한동안 비가 안 오더니 드디어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편하긴 했지만 앞으로가 두렵기도 하네요. 한달이나 장마가 진행된다고 해서요.
저번 편지에 실수로 제목을 적는 걸 깜빡한 걸 이제서야 발견했습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똑 떨어진 게 너무 잘 보이는 거 있죠. 저는 요즘 코딩과 공예 등등 여러가지로 정신이 산만한 중이에요.
아무래도 쓰던 소설이 막힌 게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것만 극복하면 다시 글쓰기로 돌아올 수 있을 거 같은데 자꾸 외면 중이에요. 어떻게든 뚫고 완결내는 게 목표였는데 벌써부터 좌절해버린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좀 쉬다보면 틀림없이 될 거예요. 완전히 잊어버린 건 아니니까요. 저의 힘찬 재기를 기다려주세요?
요즘 친구의 카메라를 빌려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뭔가를 찍는 건 아니고 그냥 인형 사진이나 고양이 사진을 찍는 정도예요. 색감이나 찍히는 방향이 마음에 들어서 무척 즐겁습니다. 이래서 카메라에 돈을 투자하는구나 싶어요.
저는 지금까지 사진찍기가 필수인 취미를 오래도록 가지고서도 카메라에 투자를 안 했단 말이지요? 이제서야 재미를 느끼게 되다니 이상한 기분입니다. 돈 쓸 구석만 늘어난 것 같기도 하지만요.
비가 많이 옵니다.
빗길 사고 조심하세요, 당신.
2025년 6월 20일 금요일,
빗속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당신의 속삭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