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요일엔 이가체프 Jan 04. 2016

여행의 시작 - 프라하

갑작스러운 프라하 여행의 시작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어떤 여행은 그곳이 목적이 아니라 여기를 이유로 시작된다. 목적지를 두고 긴 시간 계획세워 떠나는 여행도 있지만 종종 여기를 벗어나야겠다는 돌파구로써 여행을 시작한다. 그럴 때는 여기만 아니면 어디라도 좋을 것 같다는 단 하나의 생각만 든다. 비록 그것이 핑계 혹은 도피일지라도.


 어디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고 있었지만 마음이 답답했다. 머리는 복잡한데 마음은 공허한 것도 같았다. 뭔가 헛헛한 마음을 채우는 데 여행만한 것도 없다는, 내가 여행을 가는 수많은 이유 중에 하나를 이번 여행의 이유로 삼았다. 그렇게 풀리지 않는 마음을 이끌고 일단 떠나기로 했다.


 가야겠다는 결심은 많은 결정을 간결하게 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무작정 항공기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동남아부터 유럽까지 곧바로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았고, 비수기의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기까지 예매하고 떠나는 데 단 3일이 걸렸다. 회사에 내는 휴가 또한 간단히 해결되었다.

 그렇게 3일만에 나는 쉬운 결정, 쉽지 않은 마음으로 체코로 떠났다.


이런 식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어, 프라하!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성과 체코의 프라하는 내 생에 꼭 한 번은 가봐야겠다고 마음에 품은 장소였다. 대학시절 카프카의 소설에 심취했던 때, 언젠가 체코에 간다면 그의 자취를 안고 있는 프라하에서 카프카의 책을 다시 읽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프라하가 뿜어내는 낭만과 몽환적인 이미지, 그리고 그런 낭만과는 다소 동떨어진 카프카의 소설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했지만 카프카와는 뗄 수 없는 장소인 프라하에 끌렸다.

카프카를 품은 도시, 프라하


 오랫동안 품고만 있어도 좋은 바람처럼 언젠가는 갈 것이라 가슴에 담았던 프라하에 이렇게 급하게, 그것도 이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즉흥적인 여행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적어도 체코와 독일만큼은 긴 시간동안 준비하면서 한껏 들뜨고 싶었다. 오랫동안 품어 온 여행지인 만큼, 여행 최고의 묘미인 여행준비의 설렘을 최대한 길게 만끽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그리던 프라하 여행 준비의 달콤한 상상은 단숨의 현실로 압축됐다. 게다가 프라하에만 머물기로 한 12일의 여행중에 우연찮게 독일에 잠깐 넘어가게 됐는데, 마음 속 0순위의 두 나라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어떤 여행보다 짧고 무방비상태가 되고 말았다.


 떠나는 모양새가 상상과 같은 그림은 아니었지만 결국은 그리고 그리던 나라, 그리고 그리던 도시를 만났다. 그것도 예정에 없던 독일까지 덤으로. 우연이든 필연이든 반가운 사람은 언제 만나도 반갑듯이 어쨌거나 기분은 좋았다. 제대로 준비해서 가려고 언젠가로 미뤄뒀다가 결국 못 가고 말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결국은 두 나라로 통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꿈꾸던 곳으로 통하도록 온 우주가 도운 것인지도 모른다.' 라고 꿈보다 좋은 해몽도 해본다.


 '간절한 마음을 온 우주가 돕는다'는 말과 '오랫동안 꿈을 꾸면 그 꿈에 가까워진다'는 희망의 말이 어쩌면 진짜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아직은 품고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겨울이어도 까를교에 음악은 흐른다
매일 아침, 낮, 밤으로 바라보던 프라하성
겨울의 프라하를 만나다


 드디어 프라하다!

 낭만과 카프카를 품은 도시 프라하는 낭만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처럼 그저 물 건너온 관광객에게는 더없는 낭만의 궁극을 보여줬다. 그리고 잠깐 만난 독일 또한 제대로된 독일여행을 꿈꾸게 할만큼 매력적이었다.


숙소 가는 길을 찍었으나, 프라하의 연인이 찍혔다


 한 도시에만 머무는 나의 프라하여행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 프라하로 가는 길의 기록




* 메인과 글에 담긴 사진은 프라하 여행 중에 찍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의 시작 - 큐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