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혼자 여행을 떠나다
바람이 분다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더위라면 질색이라 여름 휴가따위 가뿐히 건너뛰는 내가, 8월 초라는 더위 중의 더위, 성수기 중의 성수기에 더운 나라 일본, 그중에서도 더운 남쪽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게 한 그 바람은 어디서부터 불어왔을까.
서른 살의 홀로 여행
이십 대 때, 서른이 되면 혼자 여행을 가 보고 싶었다. 대단한 어른의 나이인 줄 알았던 서른을 떠올리던 때, '30'의 숫자를 안고 울렁거리는 마음으로 홀연히 떠나는 여행에 남다른 멋이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와 보기 전에는 인생의 격변을 맞닥뜨릴 줄 알았던 서른. 하지만 와 보니 고요한 어제의 연속일 뿐이었다. 와서 보니 그런 서른 살의 여행이라고 뭐 별 것이 있을까 싶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는 것과 삼십 대가 되었다는 것을 되새기는 스스로의 마음이었다.
이십 대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몇 개월을 홀로 동경으로 건너간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여행보다는 생활해 보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온전히 여행으로 혼자 떠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늘 동경이었던 나의 일본여행 패턴을 벗어나 이번에는 낯선 남부지역 큐슈로 향했다.
언젠가 일본 그림책에서 읽었던 작가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직역하자면)'성인 여성의 혼자 떠나는 여행은 제법 흥미롭다.'
그렇게 제법 흥미로운 홀로 여행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 서른 살 큐슈여행의 기억 그리고 기록
* 메인 사진은 비행 중에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