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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요일엔 이가체프 Jan 20. 2016

어느 게으른 날,대화를 하다가

어떤 게으른 하루의 기록

#대화를 하다가 문득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가면서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너무 많은 것들을 흘려보내는 것 같았다. 감정도, 온기도, 무언가에 대한 애착도. 그리고 용기와 웃음기까지도. 그렇게 건조하고 따분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소소한 행복을 눈앞에 두고도 감동하지 못했고 웬만해서는 즐거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따뜻한 말보다는 냉소가 우선이었으며, 부끄러워야 할 때 뻔뻔해지고 용기내야 할 때 뒷걸음 치면서 말이다. 먼저 웃으면서 말을 걸기보다는 누군가 나를 웃겨주기를 바라는 듯했다. 점점 그렇게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런 나를 발견할 때,

 혹은 그런 우리를 발견할 때면 마치 단물 빠진 껌을 아주 열심히 씹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더이상의 달콤함도 씁쓸함도, 어떤 맛도 느끼지 못하면서도 뱉어내지도 않고, 씹고 있는 것도 잊은 채 기계처럼 부지런히 턱관절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이 나를 그리고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런 변화에 대해서는 언제나 상황과 현실을 탓하기 바빴다.


  정작 내 단물을 빼간 건 나 자신인데도.


 유체이탈처럼 그런 내 모습이 혹은 우리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나는 번쩍 정신이 들곤 했다.

 아아. 이건 아니야! 우리 재밌게 늙어가자.

 웃음이 넘치던 아이, 바람이 좋다고 감상에 빠지던 아이, 계절의 변화에서 낭만을 외치던 아이는 어디로 간 걸까.


인생은 시와 같은 것인지도 모르지요.
아무리 제한된 형식 속에서라도
참된 시인은 가장 아름다운 것과
가장 진실한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듯이,
인간은 사회라는 속박 속에서도
사상과 감정의 자유를 지속해 나갈 줄
알아야 해요.

- 막스뮐러, <독일인의 사랑> 中



 그 어느 날 대화를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세상 살기가 아무리 빡빡하더라도 참된 시인으로 살아 보자고 나에게 또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다.



- 어떤 하루의 기록




* 메인 사진은 체코 여행 중에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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